'급전(給電) 지시'는 전력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날에 정부가 기업에 내리는 지시이다.

지시가 내려지면 정부와 계약을 맺은 기업은 지침에 따라 자발적으로 전기 사용량을 줄인다. 그대신 기업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두 차례 급전지시를 내렸다. 이를 두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비판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지난 7일 '기업에 전기도 못쓰게 하는 무리한 졸속원전을 중단하라'는 논평을 냈다.

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가 시행 중인 급전 지시 때문에 기업들이 생산에 타격을 입어 울분을 토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 정부가 탈원전 추진을 위해 무리하게 기업의 전기사용을 옥죄며 국민들의 졸속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려 하고 있는 것"이라며 탈원전 정책과 급전지시 정책을 엮어서 비판했다.

즉, 국민들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때문에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기업의 전력사용량을 줄여 억지로 전력예비율을 높였다는 것.

과연 사실일까?

◇ 전력 예비율이 증가한 이유는?

한국전력거래소에서 공개하고 있는 전일전력수급실적 현황. (사진=한국전력거래소 홈페이지 캡처)
한국전력거래소는 매일 전력수급실적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7월을 기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2017년 전력예비율이 2016년보다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평균으로 따지면 2017년이 22.32%로 2016년 17.3% 보다 약 5%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휴일이나 휴가철에는 전력 사용량이 줄어든다. 2017년 7월 2일(일요일)과 30일(일요일)에는 전력예비율이 40%를 웃돌았다.

전력 사용이 적은 휴일과 여름 휴가철의 경우 예비율이 높아진다.
전력 사용량도 작년보다 늘었다.

최대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보면 2017년 사용량은 2016년보다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2016년 7월 최대전력 사용량 평균은 약 7,177만kW이었지만 2017년 7월 평균은 약 7,583만kW로 406만kW가 증가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전력사용이 증가하면 전력예비율이 떨어져야 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최대전력 사용량이 증가했는데 동시에 전력예비율도 늘어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어떻게 동시에 증가하는게 가능했을까?

휴일과 여름 휴가철의 경우 최대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해답은 '설비용량'에 있다.

지난해보다 전력 설비용량이 증가해 전력 공급능력이 늘어난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발전소에서 만들어 낸 전력량 자체가 증가한 것.

7월 평균 설비용량은 2016년 9,946만kW에서 2017년 11,332만kW로 약 1,356만kW가 증가했다.

전력은 안정하게 공급할 수 있는 최대 발전 출력인 '공급능력'도 2016년 8,388만kW에서 2017년 9,210만kW로 상승했다.

즉 기업이 전력을 사용하지 않아서 전력예비율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전력의 생산량 자체가 늘어나 전력예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설비용량이 늘어난 이유도 간단했다.

신규로 건설돼 있던 발전소에서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파주LNG복합 1호기, 태안10호기(화력), 신보령1호기(화력) 등 2017년 상반기 신규로 가동된 발전소가 10곳이 넘는다.

물론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것이 아니다. 지난 정부 때부터 장기적인 에너지수급계획에 따라 발전소를 건립했고 올해 본격적으로 가동을 한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를 영구중지할 수 있었던 것도 신규로 가동된 발전소가 있기에 가능했다. 원전을 중지하더라도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원전을 점차 줄여 나가도 신규 발전소가 이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전력예비율이 높아진 것은 신규로 가동된 발전소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급전지시, 이미 시행 3년째

그래픽 = 강인경 디자이너
급전지시는 올해 갑자기 생긴 정책이 아니다.

2011년 전국적인 블랙아웃을 계기로 급전지시 논의가 있었고 2014년 박근혜 정부때 도입됐다. 급전지시는 올해로 시행 3년째를 맞고 있다.

2017년 급전지시는 두 차례였다. 7월 12일 일부 발전기 고장과 7월 21일 무더위로 최대전력수요가 높아질 것을 대비해서였다.

'원전폐쇄로 인한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 기업을 옥죄서 전기를 못 쓰게 했다'는 야당의 주장은 '거짓'에 가깝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