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터진 지 7년이나 됐지만 경남도 방사능 방재대책은 여전히 부실하다.

정부는 후쿠시마 참사 이후 개정된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라 방사선 비상계획구역(방사능 누출사고 발생 시 피해 거리를 예측해 미리 대피소나 방호물품을 준비하는 구역)을 30㎞ 반경으로 확대했다. 또 형식적으로나마 방재대책을 수립하고 정기적인 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비상계획구역 30㎞도 지난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사고에 비춰보면 부족하다. 당시 정부는 일본에 거주 중인 우리 국민에게 "후쿠시마 원전 반경 80㎞ 이내를 벗어나라"고 대피권고를 내렸다. 이는 일본 정부가 원전 반경 20㎞ 주민에게 대피권고를 내린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선제적인 조치였으나 미국과 영국이 자국민에게 취한 대피권고와는 동일했다.

그러나 7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핵발전소 사고를 대비한 대책은 오히려 퇴보했다. 노후 원전이 있고, 고리·신고리 등 세계최대 원전밀집지역과 가까운 경남도의 방사능방재계획도 부실하다.

경남도가 지난 2월 12일 발표한 방사능방재계획을 보면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경남지역은 양산시 동면, 서창동, 소주동, 평산동, 덕계동 등 일부다. 이는 지난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타 지역과 달리 고리원전 인근 지역인 경남과 부산은 반경 24㎞로 정했기 때문이다. 타 지역과 같게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30㎞로 확대하면 양산 대부분 지역과 김해 일부 지역까지 범위가 넓어진다.

더욱이 최근 연이어 핵발전소와 맞닿아 있는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등 방사능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만큼 경남지역도 비상계획구역을 30㎞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는 "경제논리에 빠져 비상계획구역도 30㎞로 한정된 것인데, 사실 이 거리도 최소한의 절충안이다. 범위가 확대될수록 예산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인데, 결국 안전은 내팽개친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경남도가 11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창원·김해·밀양·양산지역에 67개 구호소를 지정했는데 이들 모두 방사능 차폐 기능이 없는 학교 시설이다. 대피소 기능이어서 형식적인 구호소에 그친다. 더불어 경남도는 갑상선방호약품 76만 4000여 정을 양산·김해시보건소에 보관한다고 했는데 사고 후 보건소를 찾아 방호약품을 타갈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기에 지역 방사능 방재대책본부 인원도 40명으로 같은 사안으로 경북도가 선정한 349명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적은 인원이다.

방재 전문가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박 교수는 "비상계획구역을 지정할 때 바람이 어떤 방향으로 많이 부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 없이 원을 그려 구역을 정하는데 이건 잘못된 일반화다.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당시에도 일정한 지역으로 바람을 타고 방사능이 많이 뻗어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현재 지방자치단체 방사능 안전대책은 그 부분이 빠져 있다"며 "지금 안전대책은 요식행위다"고 했다.

 

또 박 교수는 "방사능 유출이 발생했을 때 대피로 확보와 이동 통제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 방재 계획이 이렇게 허술한 건 그만큼 방사능 유출 사고를 안일하게 보고 있다는 결과"라며 "구호소도 학교가 아닌 구청, 시청, 읍·면 동사무소 등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좋은 시설은 확보해두고 방사능 위험에 노출되는 학교를 왜 쓰느냐"고 비판했다. 덧붙여 그는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인지한다면 방재계획이라도 잘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에게 자문을 하는 데만 그칠 것이 아니라 어떤 대책을 만드는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원자력안전연구소·부산환경운동연합·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후쿠시마 참사 6주기를 앞두고 발표한 '고리원전 중대사고 대피 시나리오 기초연구'를 보면 고리원전에서 중대사고가 났을 때 인근 20㎞를 벗어나는 데 무려 22시간이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피 차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아수라장이 된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 장면과 같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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