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감사 청구 각하는 위헌" 광주·전남 탈핵단체 낸 헌법소원 '각하'


전남 영광 한빛 원자력발전소의 안전관리가 부실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역주민들의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한 감사원 처분은 적법했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감사원의 공익감사 청구 각하 처분에 대해선 행정소송으로 부당성 여부를 다퉈볼 수 있을 것”이란 견해를 제시했다.

 

​전남 영광 한빛 원자력발전소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감사원 "조사·검증 이미 진행 중"… 감사 청구 각하

 

14일 시민단체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에 따르면 A씨 등 한빛 원자력발전소 1∼6호기 인근에 사는 주민 400여명은 지난해 7월 한빛 원전 3·4호기의 안전상 결함과 하자 의혹을 들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공익감사란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위법하거나 부당해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의심되는 경우 300명 이상 국민이 감사원에 특정 사항에 대해 감사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감사원은 청구 내용을 심사해 감사를 하기로 결정하면 감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청구인한테 통보해야 한다.

 

한빛 원전 3·4호기는 2014년 이후 증기발생기 세관 균열, 철판 방호벽 부식 및 천공, 콘크리트 방호벽 공극 발생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주민들은 감사 청구서에서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들이 없는지 여부를 밝혀내고, 원자력안전위원회 및 한국전력(한전) 등에 대한 책임 추궁과 후속조치 등이 취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청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지난해 10월 주민들에게 ‘각하’ 결정을 통보했다. 감사원 측은 “국무총리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민간기구 등이 공동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한빛 원전 안전성 확보 민관합동조사단’에서 2019년 6월30일까지 조사 및 검증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각하 이유를 들었다.

 

각하 통지를 받아든 주민들은 격렬히 반발했다. 결국 올해 1월 공익감사 청구에 참여한 주민 가운데 A씨 등 3명이 나서 “감사원의 각하 결정은 주민들의 환경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 "헌법소원 아닌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헌법재판관들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즉시 검토에 착수했다. 일단 법리상 국민의 신청에 대한 감사원 등 행정기관의 거부 행위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인 ‘공권력 행사’가 되려면 국민이 행정기관에 신청한 내용대로 해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재판관들이 살펴보니까 국민이 감사원장을 상대로 공익사항에 대한 감사 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이나 법률에 따로 규정돼 있지 않았다. 즉, 감사원장이 국민의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한 행위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인 ‘공권력 행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헌재 제2지정재판부(재판장 이영진 재판관)는 최근 “공익감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한 감사원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헌법소원 제기에 필요한 법률적 조건을 갖추지 못해 위헌 여부 등을 더 깊이 들여다볼 것도 없이 심리를 끝내는 절차를 뜻한다.

 

다만 헌재는 주민들이 이 사안을 법원으로 가져가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만일 청구인들에게 공익사항에 대한 감사 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다고 한다면 이를 거부하는 취지의 감사원 각하 결정은 소송의 대상이 되는 거부 처분에 해당할 것”이라며 “청구인들은 감사원의 각하 결정에 대해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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