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11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4년을 맞은 2015년 3월 11일, 후쿠시마 현의 도미오카에서 지진해일로 붕괴된 건물 잔해 사이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후쿠시마/AP 연합뉴스
2011년 3·11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4년을 맞은 2015년 3월 11일, 후쿠시마 현의 도미오카에서 지진해일로 붕괴된 건물 잔해 사이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후쿠시마/AP 연합뉴스

원자력은 지구의 다양한 발전 에너지원 중 순환 메커니즘이 가장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다. 원자력 발전을 하려면 우라늄 채광부터 화학 변환, 농축, 재처리를 위한 시설, 연료 공장,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 저준위·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등의 ‘인프라’가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을 위해선 불가피하게 있어야 하는 이런 시설들을 5대 원자력 강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은 다 갖추고 있다. 중국은 핵기술 완전 자립을 위해 2015년 프랑스 아레바와 재처리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런 핵처리시설들은 사고뭉치다. 원자력발전소 사고보다 핵처리시설 사고 발생 빈도가 높다. 1950~1990년대 전 세계 핵처리 시설에서 난 사고는 총 58건이다. 1년에 1번꼴로 사고가 난 셈이다. 이 가운데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는 총 28건이었다. 이것이 원자력발전소 뒤에 숨겨져 있는 모습이다. 원자력발전소 하나만 봐서는 안 된다.

한국이 갖추고 있는 원자력 발전 관련 시설은 발전소, 핵연료 최종 조립공장, 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이 세 가지뿐이다. 국외 우라늄 농축 공장이 멈추면 국내 원전도 멈출 수밖에 없다. 핵잠수함이 있더라도 우라늄 농축을 할 공장이 없으면 핵무기는 무용지물이다. 원인이 무엇이건 우리는 핵처리시설이 없고, 원전 설계 원천기술도 미국에 있으며, 원자력 관련 규제 기준도 대부분 미국 규정을 그대로 쓰거나 미국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 설계인증을 통과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지고 ‘세계 최고’라고 떠벌이는 동안, 러시아는 이미 30여기 수출고를 올렸다. 또 규제가 매우 까다로운 핀란드를 포함해 유럽 10여개국에서 설계 인가를 받아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기술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주장은 ‘난센스’다.

특히,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되면 고리 원전 부지는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으로 10기의 원전만이 아니라 거기서 생산된 사용후핵연료가 반경 3㎞ 안에 모여 안전 문제가 야기된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와 원자력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공동논문을 보면, 연구진은 “고리와 한울 원전 부지는 최대 10기로 세계에서 가장 핵시설이 밀집된 부지”라며 "이 부지는 (국토)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사건에 매우 취약하다(very vulnerable)”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위험할까. 필자가 미국 핵 규제위원회가 쓰는 방법으로 추산한 결과, 밀집한 원전 10기의 위험도는 원전 1기 위험도의 20배에 이른다. 구고리·신고리 원전의 총 원전용량과 부지 반경 30㎞안의 인구수를 곱해 일본 후쿠시마와 비교하면, 고리 부지 밀집도는 후쿠시마의 41배나 된다. 이런 곳에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한 결정은 매우 부적절했다. 한국과는 달리 땅이 넓고 인구밀도가 낮은 미국의 부지 선정 규제 기준을 실정이 완전히 다른 한국에 적용한 결과다. 인구 밀도가 우리와 유사한 인도의 원자력규제위원회(AERB)는 30km 반경 안 10만명 이상이 사는 도시가 포함되면 원전을 세우는 것을 불허한다.

원자력 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은 업계 주장보다 실제로는 매우 높다. 원자력 업계와 일부 언론은 원전 1기에서 대형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10만년의 1번꼴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 원자력에너지위원회(JAEC)가 2013년에 제시한 원전 대형사고 데이터를 보면, 원전 1기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은 10만년에 1번이 아니라 1만년에 3.5번이었다. 업계 주장보다 35배가 크다. 지구 상에 있는 원전 전체 400기를 두고 본다면, 이 가운데 어디서건 사고가 날 가능성은 10년에 1.4번이란 얘기가 된다. 원전 50기가 있는 일본으로만 좁혀서 보면 원전 1기당 1천년에 2번꼴이다. 50기 가운데 어디에서라고 사고가 날 가능성은 10년에 1번인 셈이다.

이것이 진짜 원전 대형사고가 날 가능성이다. 한국에 있는 25기에 적용하면 20년에 1번꼴로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원자력전문가들은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PSA)란 기법을 사용해 대형사고가 날 가능성을 줄여버렸다. 한국의 재해 빈도가 일본의 10분의 1이라면, 이를 20분의 1(20년에 1번)에 곱해 원전 대형사고가 날 확률을 200년에 1번이라고 줄여버리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가운데 1기에서 대형사고가 날 가능성을 전제로 한 대피전략 수립은 가능할까? 필자가 분석한 결과, 발전소 정전 후 지진으로 외부 지원이 차단되면 발전소에서 3일 동안 누출될 방사선량은 후쿠시마 원전 1기에서 나온 평균 총방사선량의 1.7배에 이른다. 또 방사능 대량 방출이 시작될 때까지 대피 여유 시간은 7시간에 불과하다. 30km 반경 안에 있는 340만명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고리 5·6호기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탈리아 피사대학이 국내 원전과 제원이 비슷한 개량 격납고에 항공기가 충돌한 경우를 분석한 연구가 있다. 이를 통해 보면, 손님을 가득 태워 350톤이 된 비행기 ‘보잉747’이 초속 240m로 격납고에 충돌하고 항공유가 폭발하면 격납고 자체가 관통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냉각수 배관들이 부러져 원자로 냉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해외 신규 원전의 격납고가 이중인 것과 달리 ‘단일’ 격납고를 채택한 국내 모든 원전은 그만큼 항공기 충돌 상황에 대한 안전 보장이 어렵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한국 3세대 원전 APR1400의 설계는 핀란드 등 유럽 원전 설계 인증 요건에 미달했다. 이에 더해 한빛 3·4호기 등에서 드러난 격납고 구멍과 철판 부식, 한빛 5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벽의 구멍 등을 만든 부실공사와 부실운영 문제는 원전의 사고 저항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고준위 사용후핵연료 시설에서 방사선이 유출된다면 어떻게 될까. 고준위 사용후핵연료 ‘세슘-137’의 방사능은 300년 뒤 1천분의 1로 줄어든다. 그러나 1천분의 1로 줄어든 300년 뒤에 사고가 나도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미국 핵 규제위원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1.1GW 용량의 미국 산 오노프레(SONGS) 3호기 원전이 1984년부터 올해까지 33년간 운전한 누적 세슘-137의 방사능은 8천만 퀴리(Ci)다. 이 데이타를 이용해, 한국의 20GW짜리 원전에서 방출된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계산해 보자. 평균 가동연수를 20년으로 가정해 세슘-137의 방사선량을 추정하고, 그로부터 300년 뒤 1천분의 1이 누출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누출되는 방사능량은 초기의 1백만분의 1이다.

이 가운데 5%(초기의 1억분의 5)의 방사능에 1m 거리에서 1년간 피폭되면, 그 양은 3만843시버트(Sv·방사선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측정단위)다. 이 정도의 방사능이면 3천에서 5천명이 보름 안에 100% 사망한다. 300년 뒤에라도 사용후핵연료 방사능이 일단 유출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사고는 그 전 언제라도 날 수 있다. 300년이 아니라 120년 뒤 발생한다고 하고 같은 계산을 하면 피해 수준은 64배 커진다.

이렇게 위험하니 어느 지역도 고준위 폐기물 처분 시설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은 더욱 그러할 것인데, 원전이 밀집된 고리부지 등과 견준다면 이기주의가 아닌가? 원전을 계속 쓴다면 노화로 인한 보수, 대체 건설비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덩달아 늘어나는 고준위 폐기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원전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곧 미국, 프랑스, 일본 등과 같은 위기가 오지 않겠는가? 농축 우라늄이 공급되지 않거나 국산품이 없는 부품이 국외에서 조달되지 않으면 원전 운영도, 건설도 중단된다. 그때는 중국산을 쓸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탈원전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원자력 에너지시스템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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