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을 비롯해 원자력발전소 소재지의 기초의회가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의 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 내부에 임시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추진하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원전 소재 시·군의회(기장·경주·울진·영광·울주) 공동발전협의회는 최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건설 촉구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9일 밝혔다. 성명은 “정부는 원자력발전소에 임시 보관 중인 폐연료봉을 즉시 반출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보관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폐연료봉을 영구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한수원은 고리원자력본부에 임시 저장시설을 만들어 고리1호기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보관하려고 계획 중이다.

발전협의회가 성명을 채택한 이유는 임시 저장시설이 사실상 영구처분장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정부는 2015년까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영구처분장 건설을 논의했으나 입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문제는 임시 저장시설의 경우 주민 동의를 받지 않고도 발전사업자가 건설할 수 있다는 점(본지 지난 6월 22일 자 1면 보도)이다. 임시 저장시설이 영구·중간저장시설이 아니라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부속(관계) 시설로 분류된 탓이다. 실제로 한수원은 최근 기장군 원전안전협의회 회의에서 고리본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할 계획을 공개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부랴부랴 발언을 취소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산업부는 이달 중 제2차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지역 의견을 수렴한다는 입장이다.

기장군의회 김정우 원전특별위원장은 “원전 소재 자치단체 모두가 폐연료봉의 보관에 반대하고 있다”며 “핵발전소에 이어 고준위 폐기물까지 기장에 영구 보관하려 한다면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전협은 대전 원자력연구원에서 보관 중이던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지역으로 반환하는 법률안에도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 4월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이 원자력연구원이 연구를 위해 가져간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반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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