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고리원자력 제1발전소(고리 1·2호기)에 납품된 터빈밸브작동기의 가짜 국산화 논란(본보 9월 22일 자 9면 등 보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터빈밸브작동기 시제품의 핵심부품인 '매니폴드 블록'이 발전소 내 외국산 재고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검찰의 재조사 요구와 국산화 개발 비용 환수 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지난달 박재호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한수원 상임감사위원의 수사요청서를 보면 한수원 국산화 개발 담당자 A 씨를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H사 대표 B 씨를 사기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내용이 나온다. 2014년 4월에 작성된 해당 문건에 따르면 한수원은 2006년 1월부터 터빈밸브작동기 국산환 개발을 추진하면서 핵심 부품인 매니폴드 블록을 개선하기 위해 비용 8090만 원을 책정했다. H사는 신규 매니폴드를 장착한 터빈밸브작동기 시제품을 2007년 2월에 고리 1발전소에 납품했다.

시제품 '매니폴드 블록'
외국산 재고품으로 드러나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단체
"재조사 및 개발 비용 환수"
한수원 "시제품만 외국산"


하지만 한수원 감사실이 2014년 4월 시제품의 매니폴드 블록을 확인한 결과 한수원이 2003년 8월 26일 알스톰(Alstom) 사로부터 구입한 6개의 매니폴드 블록 중 한 개인 것으로 판명됐다. 한수원 직원과 H사가 짜고 외국산 재고 부품을 발전소에서 반출한 뒤 시제품에 끼워 맞춰 납품한 셈이다. H사는 이 시제품을 근거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40억 원 상당의 터빈밸브작동기 23대를 고리 1발전소에 납품했다.

문제는 2013년부터 시작된 검찰의 대대적인 원전 비리 수사 때 한수원의 수사 요청에도 매니폴드 블록은 수사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H사가 터빈밸브작동기의 또 다른 핵심부품인 외국산 '서보실린더'를 사용한 것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가 반쪽에 그친데다 이마저도 법원에서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결났다. 이 때문에 반핵단체들은 검찰이 다시 나서 23대의 터빈밸브작동기 매니폴드를 모두 조사해 추가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핵단체들은 또 시제품의 매니폴드가 외국산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한수원이 터빈밸브작동기의 개발선정품 지정을 취소하고 매니폴드 제작·납품 비용 8090만 원을 비롯해 연구개발비 6억 원도 환수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탈핵부산시민연대 관계자는 "검찰이 매니폴드 허위 국산화 개발은 아예 수사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건은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다"면서 "납품된 터빈밸브작동기 23대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시제품 매니폴드만 외국산 부품일 뿐 나머지 터빈밸브작동기의 매니폴드는 H사가 제작해 납품한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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