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한국 첫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지난해 6월 19일 0시 영구정지(콜드 셧다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9일만인 이날 고리원자력본부를 직접 찾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이것이 우리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 이른바 ‘에너지전환’의 신호탄이었다.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우리나라는 2082년이면 가동 원전이 ‘제로’가 된다. 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최소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처분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35년간 사회적 갈등만 부추기며 표류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해법을 찾기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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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 바로 사용후핵연료를 일컫는 말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이 핵분열 때 나오는 열로 증기를 발생시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석탄이 타고 남은 재가 나오듯 원전에서는 약 5년간 핵분열을 마치고 나온 폐연료, 즉 사용후핵연료가 나온다.

연소하기 전의 핵연료는 우라늄만 존재하나 원자로 내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연소)을 거친 사용후핵연료에는 수많은 방사성 핵종들이 생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꺼낸 이후 그 자체로는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폭발 위험은 없다.

하지만 높은 잔열을 내는 핵종인 세슘과 스트론튬, 높은 방사성 핵종인 플루토늄, 마이너액티나이드 등 때문에 안전한 관리가 필요하다. 사용후핵연료는 인체에 노출될 경우 즉사할 정도로 독성을 지닌 방사선을 배출하는 고준위 방사선폐기물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방법은 크게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인 ‘임시저장’은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을 차폐하기 위해 원자로건물과 연결된 습식저장시설(붕산수를 넣은 수조)에 3~5년간 냉각과정을 거친다. 발열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사용후핵연료는 콘크리트로 건설될 건식저장시설(임시저장소)로 옮겨 보관하기도 한다. 월성원자력본부의 캐니스터와 맥스터가 여기에 해당한다.

2단계인 ‘중간저장’은 임시저장으로 냉각을 마친 사용후핵연료를 별도의 안전한 보관시설로 옮겨 40~50년 동안 보관하는 것이다. 현재 원전을 가동 중인 31개국 가운데 22개국이 중간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 3단계인 ‘최종처분’은 중간저장까지 끝난 사용후핵연료를 콘트리트 등으로 밀폐해 땅 속 깊이 묻어서 보관하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핵종의 반감기(방사성 핵종의 원자수가 방사성 붕괴에 의해 원래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수백년에 달해 방사선 세기가 생명체에 무해한 수준까지 떨어지는데 10만년 이상 격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최종처분은 ‘영구처분’으로 불리기도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하 500m 이상 심도에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종처분에 앞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재처리’가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타지 않고 남아있는 연료가 95%가량이나 되기 때문에 이를 재처리하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 폐기물량도 5분의 1로 줄어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치적, 기술적 제약에 묶여 재처리가 불가능하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해 우리나라는 미국의 사전동의 없이 국내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거나 제3국으로 이전할 수 없다. 또 재처리를 위해선 파이로프로세싱 등 고속로 기술개발이 필요한데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재처리한 핵연료를 다시 사용하더라도 결국 최종처분할 처분시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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