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소 원전반경 30㎞내 위치
원안위 지침개정시 수정해야
지자체도 타 시·도 협의 필요
정부 협조없인 사실상 불가능


 

울산시와 지역 구·군이 원전 비상 상황에 대비해 만든 방사능방재 매뉴얼의 업그레이드에 나선다.

8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시와 구·군은 이번 주 중으로 회의를 열고 방사능방재 매뉴얼 수정에 대해 논의한다. 지난달 감사원의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감사 결과 울산 지자체 대부분이 방사능비상계획구역 밖에 구호소를 지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울산 각 지자체가 지정한 구호소는 대부분 시가 설정한 방사능비상계획구역인 원전 반경 30㎞ 안에 위치해 있다. 이는 지자체들이 원안위의 지침을 따랐기 때문이다. 원안위 지침에는 비상계획구역 밖에 구호소를 우선 지정하되, 어려울 경우 최대한 원거리에 지정하고, 이마저 힘들 경우 타 시·도의 협조를 받아 관리하라고 규정돼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울산 대부분 지역이 고리 및 월성원전의 반경 30㎞ 이내에 위치해 있어 30㎞ 밖에 구호소를 지정할 만한 곳이 드물다”며 “20~30㎞ 지점에 구호소를 지정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원안위가 지침을 개정할 경우 지역의 방사능방재 매뉴얼은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구호소 위치를 변경할 경우 이동 경로부터 이재민 관리까지 전반적인 수정이 뒤따르게 된다.

특히 지자체들은 원전 반경 30㎞ 밖에 위치한 양산·밀양·경주 등 타 시·군에 지역 이재민을 위한 구호소를 지정해야 하는데 협의를 위해 넘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협의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원전에서 다소 떨어진 지자체들이 원전 비상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호소 지정을 위해선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조가 절대적이지만 중앙 정부 차원의 협조가 없어 진척이 더디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타 지역의 전폭적인 협조 없이 구호소를 지정할 경우 비상 상황 발생 시 행정은 물론 경찰·소방 등의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 특히 구호소로 흔히 지정되는 학교 체육관의 대여 주체인 교육청과의 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방사능방재 훈련을 할 때마다 정부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원안위 등의 원활한 지원 없이는 타 지자체 구호소 지정·운영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