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끊이지 않는 탈원전 공방전

뜨거운 감자, 탈원전 정책


탈원전 정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1년 동안 공들여온 탈원전 정책은 찬반 논란에 휩싸여 있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건 문재인 대통령은 꾸준히 탈원전 정책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연이은 폭염으로 발생한 전력수급 문제, 한전의 3분기 연속 적자 등이 탈원전 정책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원전사업 백지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탈원전 찬반 논란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2017년 6월 19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탈핵 시대’를 선포했다. 탈원전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부터 계속 강조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신규 원전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향후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서, 기존에 가동 중인 원전인 설계 수명이 종료될 때까지 가동시키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원전은 60년이 지난 때쯤이면 더 이상 전기를 생산하지 못한다. 원전이 차지했던 자리는 재생에너지와 LNG가 차지할 전망이다. 


2031년까지 전력운영 방침을 담은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발전량 비중은 석탄이 40%, 원자력 30%, LNG 22%, 신재생에너지 5% 순이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23.9%로 줄이기로 했다. 대신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 60여년 후 원전이 차지했던 자리는 재생에너지가 차지할 전망이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탈원전에 대한 의구심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시작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탈원전 정책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원자력 업계와 학계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전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위험이 있었고, 원자력 수출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요금 인상과 온실가스 급증도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탈원전에 대한 우려는 폭염으로 폭발했다. 탈원전 기조 아래서 과연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할지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보수 야당과 탈원전 반대론자는 최근 전력예비율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떨어진 부문이 무리한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7월 23일, 전력수요가 9,070만kW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치를 보였고, 전력예비율도 8.4%까지 떨어졌다”며 “(전력예비율 하락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 때문이라 변명할 수 있겠지만, 전력사용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과오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8월 9일, 한수원 노조와 경청회를 열어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될 것”이라는 날선 비난도 감행했다. 이날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온난화, 4차 산업혁명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정부의 8차 에너지수급계회에서 수요 예측이 제대로 된 건지 의심이 간다”며 “(탈원전에 찬성하는) 특정집단들 논리에 수요 예측이 왜곡된 건 아닌가 걱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에너지 사업을 (정부가) 결정하는 과정이 너무 조잡하고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고 우려했다.


▲ 60여년 후 원전이 차지했던 자리는 재생에너지가 차지할 전망이다.


한전 적자 문제는 과연 탈원전 탓일까?


한전의 적자 문제 역시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전은 지난 13일, 올 상반기 결산 결과를 발표하며 1분기 1,276억 원에 이어 2분기에는 6,871억 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전의 실적이 악화되자 일각에서는 탈원전이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이 탈원전 정책이 한전 적자를 초래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원전 이용률 하락에 있다. 한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원전 이용률은 1분기 55%, 2분기 63%로, 같은 기간 2017년 71%, 2016년 80%보다 감소했다. 


원전 이용률이 하락하면 한전은 원전보다 비싼 LNG로 생산한 전력을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 LNG 가격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작년 상반기 기가줄(GJ)당 12,400원에서 올해 상반기 13,500원으로 늘었다. 발전 원가가 더 비싼 전기를 샀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이 그대로면 한전 실적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원전 이용률 저하가 한전의 실적 악화의 한 가지 원인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용률이 낮아진 이유가 탈원전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원전 이용률이 떨어진 것은 탈원전 탓이 아니고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원전 계획예방정비를 하던 중 안전 문제가 추가로 발견돼 정비가 길어진 데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정비일수가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은 지난 2016년 6월 가동원전 전체를 점검한 결과, 격납건물 철판부식(9기), 콘크리트 결함(11기) 등이 발견되면서였다.


호기별로 고리 3·4호기(각각 428일, 242일)는 격납건물 철판 정비로 정비기간이 지연됐다. 신고리 1·2호기(363일, 1일)는 원자로냉각재펌프 정비, 신고리 3호기(60일)는 가압기안전방출밸브 정비가 지연의 원인이 됐다. 한빛 3·4·5·6호기(13일, 381일, 14일, 140일) 및 한울 2·5·6호기(78일, 6일, 13일)는 격납건물 철판, 콘크리트 공극 등이 주된 지연원인이었다. 


하지만 탈원전 반대 진영에서는 정부의 입장을 다시금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원전산업의 역량을 줄이기 위해 안전 기준을 필요 이상으로 까다롭게 굴어 정비 기간이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확실히 달라 그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 산업부는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급 문제를 탈원전 정책으로 돌리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전력수급 문제는 탈원전 때문? 아전인수식 해석은 금물


폭염으로 인해 전력수급이 부족해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다는 얘기가 보수 언론 사이에서 나오고 있고, 한전의 적자 역시 탈원전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청와대에서는 산업부에 확실한 자료를 보여주라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폭염 때문에 원전을 재가동했다는 세간의 지적은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이라며 “산업부가 전력수급계획과 전망, 그리고 대책에 대해 사실대로 국민께 밝혀드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현재 원전 가동에 대한 설명부터 내놓았다. 산업부는 “현재 원전 24기 중 17기가 가동 중”이라며 “실제 발전량으로 따지면 약 30%가 원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는 “탈원전 정책은 이 원전을 당장 줄이는 게 아니다.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60여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고리 5·6호기 등 건설 중인 원전이 완공되면 원전은 2017년 22.5GW에서 2022년 27.5GW로 오히려 일시적으로 늘어난다. 원전은 2030년 여전히 전체 발전설비의 11.7%(20.4GW)를 차지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은 원전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즉, 전력수급 차질이나 한전 적자 등의 문제가 탈원전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게 산업부의 주장이다.


원전은 그동안 전력수급에 많은 역할을 해왔다. 수출 등 국내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원전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증명하듯, 원전은 큰 위험성을 안고 있다. 


탈원전을 두고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결정할 때다. 단순히 여야의 자존심 대결이 아니라 미래 에너지를 생각한 안이 필요하다. 


▲ 한수원 노조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BS>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