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울산행동 “원전재난 체험 프로그램 전면 교체해야”
원전재난 체험관에서 가상현실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원전재난 체험관에서 가상현실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울산 북구 정자동에 있는 울산안전체험관. 지난 9월 문을 연 이곳 원전재난 체험시설과 프로그램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16일 성명을 내고 “울산시가 327억 원을 들여 재난에 대비한 안전체험시설을 운영하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원전재난 체험관은 프로그램과 시설 모두 문제가 있다”며 전면 교체를 요구했다.

원전재난 체험관은 한국수력원자력(주)이 7억5000만 원을 기부해 지었다. 그래서인지 원전재난 체험과 대응보다는 원전 안전이 더 강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체험관 벽면에 원전재난 사진 한 장 걸려있지 않고, 원전의 위험성보다 원전은 안전하다는 인식만 심어주고 있다는 것. 체험관 벽면에는 ‘원자력은 온실가스 감축에 매우 유리한 에너지’고, 온실가스 배출량과 미세먼지 배출량을 비교하며 ‘원자력은 청정한 에너지’라고 적혀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현황도에는 한빛, 한울, 월성, 고리 한 기씩만 표기했고, 부지별로 몇 기가 있는지 나와 있지 않다. 반면에 환경방사선감시망은 파란 점으로 모두 표기했다. 탈핵시민행동은 “울산에 있는 신고리 3호기 가동, 4.5.6호기 건설중이라는 내용을 표기하지 않았고, 마치 핵발전소가 적은 데 비해 방사선 관리를 잘하고 있어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며 “울산이 월성과 고리 16기의 핵발전소에 둘러싸여 있고, 울산시청 반경 30킬로 안에 100만 명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설정돼 있음을 시민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해 재난 대응 필요성을 그만큼 덜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탈핵행동은 “핵발전소 사고 실제 영상과 사진, 성인이 방사능에 피폭돼 사망한 사례, 어린이들의 피폭과 기형아 출산 등에 대한 영상과 사진이 없다”며 “후쿠시마의 경우 17만 명이나 피난길에 올라 가설주택에서 수년 동안 삶의 터전을 잃고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단 한 장의 사진으로도 보여주지 않고 있고, 방사능오염수나 제염작업으로 나온 방사능쓰레기 등 사회적 비용과 환경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전재난 체험관을 안내하는 울산소방본부 대원이 국내 원전의 격납건물 등 핵심시설 내진설계가 규모 9.0 강진도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탈핵시민행동은 체험자가 실제 원전 사고를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방사능 누출에 대비해 옥내 대피, 옥외 대피, 내부피폭과 외부피폭을 줄이는 법 등 행동요령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총을 쏘면서 탈출하는 게임 같은 지금 프로그램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체험을 하고 나면 원전 사고에 어떻게 대처해야겠다는 개념이 생기는 게 아니라 ‘게임 한 판 한 것 같은 느낌’으로 오히려 재난에 대한 감수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원전 사고 체험을 하려면 실제 일어났던 핵발전소 사고 영상과 사진을 쓸 수 있는데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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