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여파로 원자력발전 분야 핵심 기술인력의 해외 이탈이 본격화되자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핵심 고급 인력에 특별수당 등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인력 유출을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내년 신규 원전 일감이 끊기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등은 22일 인력 유출 방지책 등을 담은 ‘원전산업·인력 생태계 유지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두산중공업, 원전 협력업체 등과 연 원전산업계 간담회에서다.

생태계 유지 방안은 주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수원은 원전 운영·정비 고급 인력에게 별도 직무급과 특별수당을 주기로 했다. 한전KPS와 한전연료는 직원의 석·박사학위 취득을 지원한다. 한전기술은 인사 평가시스템을 강화하고 경력개발 비전을 제시할 방침이다.

협력업체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협력업체들도 탈원전 정책으로 일감 감소와 인력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원전 공기업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사업을 지속하고 저금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산업부도 이날 문을 연 ‘원전기업 지원센터’를 통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기술 인력 금융 등 문제에 대응할 예정이다. 에너지 전환에 따른 영향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연례평가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부는 지난 6월 20년 이상 가동 원전의 설비 교체 등에 투자를 7810억원 늘리고 500억원 규모 에너지전환펀드를 조성해 보조기기 업체를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지원책이 실효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전업계는 핵심 인력에게 특별수당 등을 준다지만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미 한국의 2배 정도 보수를 챙겨준다고 알려졌다. 이런 점 때문에 한전기술, 한수원, 한전KPS 3사에서 UAE로 이직한 원전 인력은 2015년 1명, 2016년 2명에서 지난해 9명으로 크게 늘었다.

원전 안전 분야 업무를 늘리겠다는 한전기술의 계획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기술이 담당하는 설계 업무는 신규 원전 일감 비중이 상당수인데 내년이면 이 일감이 끊기기 때문이다. 마지막 신규 원전인 신고리 5, 6호기의 기자재 납기인 내년 9월이 되면 설계 기자재 업체는 ‘일감절벽’이 불가피하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와 공기업이 내놓은 대책은 미봉책에 가깝다”며 “탈원전 정책 속도를 늦추고 원전 수출을 늘릴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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