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보관 임시저장소 이미 포화 상태
지난 23일 경주 켄싱턴 리조트에서 열린 ‘고준위핵폐기물 재공론화, 시민사회 대응’ 토론회에서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가 ‘고준위핵폐기물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기암 기자
지난 23일 경주 켄싱턴 리조트에서 열린 ‘고준위핵폐기물 재공론화, 시민사회 대응’ 토론회에서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가 ‘고준위핵폐기물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기암 기자

지난 23일 경주 켄싱턴 리조트에서 시민단체, 전문가 등 50여명은 ‘고준위핵폐기물 재공론화, 시민사회 대응’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월성원전 인근지역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의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토론회는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를 선정하고 2019년 재공론화 실시를 예정한 가운데, 정부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재공론화가 지니는 의미를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은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의 ‘고준위핵폐기물 현황과 문재인 정부의 재공론화’,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의 ‘해외 공론화 사례의 시사점’ 주제발표로 시작됐고,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를 좌장으로 한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고준위핵폐기물 현황에 대해 “이미 보관하고 있는 임시저장소가 포화상태며, 특히 월성 1,2,3,4호기의 경우는 매년 5000다발씩으로 발생량이 많다”고 우려했다. 또 “새 정부 들어 에너지정책이 달라지면서 포화 시점이 달라져버렸는데 대표적으로 신울진 3,4호기 포화 시점을 2030년대 후반으로 예상했지만 그 시점이 앞당겨졌다”고 지적했다.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는 대표적인 해외 공론화 사례로 영국을 들었다. 이 교수는 “영국은 2003년 11월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를 설립해 핵폐기물에 대한 장기적 관리(처분 포함)를 위한 모든 가능한 대안목록(15개)을 고려한 다음, 15개의 폐기물 처분 대안목록들과 평가기준들에 대한 대중 및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사회적 공론화 절차를 단계별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성에 임시저장시설 짓는 건 국가적 낭비”
“건식저장시설 2024년까지 확보 예정”


고준위핵폐기물공동대응위원회 이채근 사무총장은 “핵폐기물 시설을 분해해 중간저장시설이나 최종저장시설로 옮길 수 있는 기술적 부분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우리나라에는 핵폐기물 시설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교각이 없을 것이고, 해상으로 가더라도 내륙으로 들어가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냐”고 물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핵폐기물시설의 무게가 200톤 정도기 때문에 옮기는 것은 굉장히 힘들지만 불가능하진 않을 거라 본다”며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국내기술은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 “원자력연구원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며 “용기에 넣은 핵폐기물을 비행기에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아야 하고 물속에서도 견뎌야하는 인증시험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했다.

울산탈핵시민공동행동 용석록 공동집행위원장은 “원자력 유치에 관한 규정을 찾아보니 인구밀집지역에는 핵발전소(원자로)를 지을 수 없다고 돼 있는데, 단서조항에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허가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면서 “인구밀집지역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인구밀집지역이라도 원자로를 지을 수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용석록 집행위원장은 “울산탈핵공동행동은 최종 처분장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울산에 임시저장시설을 짓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며 “월성은 지진으로 위험한 지역으로 2,3,4호기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계속 가동하기 위해 임시저장시설을 짓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낭비”라고 지적했다. 또 “월성에서 경주시내보다는 울산 북구가 훨씬 가깝고 따라서 소재지역이 단지 경주라는 이유로 경주에서만 공론화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용 집행위원장은 “방사성비상계획구역까지는 임시저장시설에 대한 주민의견을 물어봐야 한다”며 “울산북구의회가 지난 8월 20일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정책 재검토에 대한 촉구결의안을 채택해서 재검토중이고 9월에는 울주군의회, 울산시의회가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함에 있어서 지역주민의 범위를 반드시 방사성비상계획구역까지 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환경운동실천협의회 김경희 대변인은 “‘고준위핵폐기물’이라는 표현이 산업부에서 사용하는 공식적인 용어가 맞냐”면서 “공식적인 용어를 쓰지 않으면 전문성이 없는 일반시민들은 산업부에서 얘기하는 ‘방사성폐기물’은 또 다른 물질인가 헷갈릴 수도 있기 때문에 공식용어를 사용해주면 일반시민들이 혼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용어는 ‘방사성폐기물’이 맞으며 ‘방사성폐기물’은 ‘고준위핵폐기물’과 ‘중,저준위핵폐기물’로 나눠진다”고 설명했다.

‘방사성폐기물’이란 방사성물질 또는 방사성 핵종에 오염된 물질로서 경제적, 기술적 가치가 없어 생활권으로부터 격리하는 물질을 말한다. 이러한 ‘방사성폐기물’은 ‘고준위폐기물’과 ‘중,저준위폐기물’로 나눠진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핵발전소나 의료기관 등 방사성 동위원소를 취급하는 기관에서 근무하는 종사들이 방사선구역에서 작업할 때 입은 작업복, 덧신과 샤워나 세탁시 나온 물, 방사선구역에서 사용된 공구 기기 등 방사성폐기물을 말한다. ‘고준위폐기물’은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하고 남은 핵물질 연료 즉 사용후 핵연료를 말하며, 우라늄 외에도 분열되는 우라늄원자에서 생성되는 세슘, 요오드, 스트론튬, 테크네튬을 포함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등을 말한다.

핵폐기물시설의 해체를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관리방안으로 고리1호기 사용후핵연료는 5년 이상의 냉각을 거쳐 원전 부지 내 마련 예정인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관리하게 되고, 건식저장시설은 2017년 하반기부터 지역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2024년까지 확보할 예정이라고 에너지정의행동은 설명했다.

2013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운영 및 권고안이 제출됐고, 2016년 6월 산업부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 공청회를 열었다. 2016년 7월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2016년 10월엔 시민사회단체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 본부’가 발족했고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계획 5개년 계획 발표(관리정책 재검토 포함)가 있었다.

이기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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