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정부 정책 '탈원전'이라 하기 민망... 대만의 2025년 '원전제로'에서 배워라


 2013년 3월 9일 대만 반핵 대행진에 총22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2013년 3월 9일 대만 반핵 대행진에 총22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 대만 언론 <중앙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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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지난 24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10가지 안건에 대해 국민투표를 했다. 동성결혼 허용, 후쿠시마 원전사고 영향 지역의 식품 수입 금지, 도쿄 올림픽에 '타이완' 명칭 사용 여부 등이 포함되었다. 7안부터 16안까지 10가지 국민투표 안건 중 에너지 정책에 대한 것은 아래 세 가지다.

7안 석탄화력발전소 생산량을 매년 1%씩 줄이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총 유권자 대비 찬성률 40.27% 통과

8안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신규확대를 중단하는 에너지정책 수립에 동의하십니까(건설 중인 센아오 화력발전 포함)?
총 유권자 대비 찬성률 38.46% 통과

16안 전기법 95조 1항 "핵발전소 시설은 2025년까지 모두 중단되어야 한다"의 폐지에 동의하십니까?
총 유권자 대비 찬성률 29.84% 통과

출처 보기 (http://omn.kr/1e4ks) 



첫 번째 안건인 7안은 매년 석탄발전량을 1%씩 줄이는 것을 동의하는지 물었다. 두 번째 안건인 8안은 건설 중인 석탄발전을 포함해 석탄발전 확대를 중단하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동의하는지 물었다. 마지막 열 번째 안건인 16안은 전기법에 있는 2025년 원전제로 명시 조항을 없애는 것을 동의하는지 물었다. 

정책 수립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두 가지 안건과 달리 마지막 안건은 법 조항의 삭제를 담고 있다. 모두 유효투표수를 넘어 통과되었으며, 그 중 '석탄발전량을 매년 1%씩 줄인다'는 내용이 대만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원전 제로 관련 법 조항 삭제는 유효투표율 25%를 간신히 통과했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들은 대만이 원전 제로 정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대서특필했다.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권과 한수원 노조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탈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 의사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대만과 우리나라 탈원전 정책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투표 결과를 오해했거나 의도적으로 곡해한 것이다.

2025년 대만 원전제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계획 중인 6기 원전을 취소한 것이다. 건설 중인 5기 원전은 계속 추진하고 있어서 현재 가동 중인 23기 원전에 추가로 5기 원전이 늘어날 예정이다. 지금 정부가 탈원전이라고는 하지만 신규 원전의 수명을 60년으로 보장하고 있어서 2083년에야 원전 제로가 될 전망이다. 사실상 탈원전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내용이고 '원전 확대 폭주 중단' 정도다.

반면에 대만은 '원전제로' 정책이다. 가동 중인 원전이 4기밖에 없고 80년대 가동이 시작된 이들 원전은 40년 수명이 다하는 마지막 원전 폐쇄 연도가 2025년이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로 전기법에서 2025년 원전제로 조항이 삭제되는 것과 상관없이 2025년 대만 원전제로는 돌이킬 수 없다.

2025년 원전제로 법 조항이 만들어지기 전에 대만에는 3개 핵발전소 부지에 6개의 원전이 가동 중이었다. 4번째 핵발전소 부지의 2기 원전은 국민당 정부 시절인 2014년에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그 후 정권을 잡은 민진당 정부는 제4핵발전소 부지에서 98% 완공된 2기 원전을 결국 취소했다. 그리고 전기법에 2025년 원전제로 법 조항을 민진당-국민당 합의로 제정했다. 6기의 원전의 40년 수명이 다하면 폐쇄되는 원전제로 일정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 결과, 가장 오래된 진산 원전 1, 2호기가 올해 10월에 폐쇄되었다. 내년에 사용후핵연료를 인출하고 해체될 예정이다. 이미 법적인 폐쇄 절차에 들어가서 돌이킬 수 없다.

이제 대만에는 단 4기의 핵발전소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중 궈성 원전 1, 2호기는 2021년과 23년에 폐쇄될 예정이고 마안산 원전 1, 2호기는 2024년과 25년에 폐쇄될 예정이다.

만약에 이들 4기 원전의 수명을 연장해서 가동하려면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안전성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수명연장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보고서 작성에만 4~5년 정도가 걸린다. 이 보고서를 가지고 수명완료 최소 5년 전에는 수명연장 신청을 해야 한다. 가장 수명이 많이 남아 있는 마안산 원전 2호기의 경우 2020년에는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미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기를 놓쳐버렸다. 4기 원전 모두 2025년을 넘어까지 수명을 연장해 가동할 수 있는 기회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4년에 중단된 제4핵발전소 부지의 롱먼 원전 1, 2호기는 어떨까? 5년 가까이 버려진 시설의 철근 콘크리트, 내부 설비가 온전할 리 없다. 가동 신청 준비만 6~7년이 걸리고 신청 시 심의과정만 4~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데 이미 2025년이 넘어버린다.

게다가 가동에 필요한 정비에 들어가는 예상비용이 688억 대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 5천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미 원전 2기 건설에 필요한 비용을 쓰고 추가로 이 비용을 들여서 신규 원전 가동하는 것이 대만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 그 돈을 이익으로 챙기는 원자력산업계를 제외하고 말이다.
 

 대만 원전 부지는 총 4곳이다. 이 중 진산, 궈성, 마안산에 각 2기씩 6기 원전이 있고 롱먼 원전에 2기가 있다. 진산원전 2기는 올해 폐쇄되었고 롱먼 원전 2기는 국민당 정부 시절 98% 완공률이었지만 중단되었다.
 대만 원전 부지는 총 4곳이다. 이 중 진산, 궈성, 마안산에 각 2기씩 6기 원전이 있고 롱먼 원전에 2기가 있다. 진산원전 2기는 올해 폐쇄되었고 롱먼 원전 2기는 국민당 정부 시절 98% 완공률이었지만 중단되었다.
ⓒ 에너지전환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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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정책에 실속 챙긴 대만 정부

대만의 원전 제로 2025년이 희망적인 이유는 원전 폐쇄 계획과 동시에 원전을 대체할 재생에너지 사업이 큰 규모로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는 올해 들어 대만 서부지역 해상에 원전 약 6기 규모 설비, 5.5GW의 해상풍력발전 시장을 열었다. 덴마크, 독일, 캐나다 등 세계 유수의 해상풍력 사업자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해상풍력발전기에 공급되는 부품 중 일정 비율은 대만 현지에서 제작된 것이어야 한다는 LCR(Local contents Rule)을 적용하면서, 해외 풍력 업체들이 대만 현지에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세계 최고의 풍력발전기 타워제작업체인 한국 업체 또한 대만 현지에 공장을 짓는 계약을 마쳤다는 소식이다. 현재 대만 정부는 원전도 대체하고 일자리도 늘리면서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로 가장 힘을 받은 정책은 탈석탄 정책이다. 원전제로만이 아니라 탈석탄 정책까지 힘을 받아 명실상부한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 매년 석탄발전량을 1%씩 줄이기로 했으니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개수와 함께 가동률도 줄여야 한다. 신규 건설은 물론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런 결정의 힘이 된 것은 대만 역시 우리나라처럼 국민이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는 이번 지방 선거로 정치적인 손실은 입었지만, 에너지전환정책에서는 실속을 챙겼다. 재생에너지 산업 또한 웃었다. 2025년 원전 제로는 정해진 상황이고 원전설비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설비도 착실히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이번 국민투표 결과로 석탄발전량 역시 줄어들게 되었으니 재생에너지 산업계에는 더 큰 기회가 열린 것이다. 특히 최근 대만 정부가 해상풍력발전 5.5GW 시장을 열면서 보여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책은 전 세계 풍력산업계에 확실한 시장 신호를 주었다.

우리나라의 한 풍력제조업체는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대만 국민투표 결과 하루 만에 주가가 15% 상승했다는 소식이다. 대만 정부가 우리나라 풍력업체에 힘이 되는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17년 한 해에만 태양광, 풍력 등 전 세계 재생에너지 산업 시장이 300조 원에 육박했다.

원전 시장은 고작 17조 원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원전 수출 세일즈 시키는 청와대 참모진은 각성해야 한다. 없는 시장에 어떻게 수출할 것인가. 체코는 러시아 위성국가로 러시아 시장이다. 영국과 미국은 탈원전 정책을 수립한 적 없지만 시장자본주의가 발달한 이들 나라에서 이미 원전은 시장에서 경제성이 없다. 다른 발전원은 물론 재생에너지발전원과의 경쟁에서도 밀려나서 정부 지원책을 요구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올해 열린 대만 해상풍력발전 지역을 보면, 독일, 덴마크, 캐나다 등 유수의 풍력발전 업체와 전력회사들이 진출한 것을 볼 수 있다. 풍력제조업이 약한 대만 내 업체도 진출했다. 대만 정부는 로컬 콘텐츠 룰을 적용해서 대만 현지에서 공장이 지어지고 기술이 이전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그림 출처: https://zhuanlan.zhihu.com/p/43091476
 올해 열린 대만 해상풍력발전 지역을 보면, 독일, 덴마크, 캐나다 등 유수의 풍력발전 업체와 전력회사들이 진출한 것을 볼 수 있다. 풍력제조업이 약한 대만 내 업체도 진출했다. 대만 정부는 로컬 콘텐츠 룰을 적용해서 대만 현지에서 공장이 지어지고 기술이 이전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그림 출처: https://zhuanlan.zhihu.com/p/43091476
ⓒ 首?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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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산업은 국경이 없다. 우리나라 태양광 제조업체가 한 해에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 규모가 8.3GW인데 반해 국내 설치량은 1GW 안팎이다. 작은 나라 덴마크의 풍력 업체 베스타스는 한 해에 전 세계에 1천 개의 풍력발전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직접 전력시장에 진출도 한다. 2017년 한 해 7.7GW 규모였고, 올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누적량만 94GW로 6만 5천 개 가량이다. 작년 매출 100억 유로(한화 약 13조 원)로 덴마크 GDP의 3.5%다. 앞으로도 재생에너지 시장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태양광발전 모듈이 미국,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 이들 나라가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고 시장 규모를 줄이거나 관세 등 문턱을 만들어서 국내 업체들이 어려운 상황인데 국내 시장은 규제만 늘었다. 풍력발전 기술은 이명박 정부 당시 거짓 녹색성장으로 타격을 받아 고전하면서 아직 세계적인 수준을 쫓아가는 것도 어려운데 국내 시장조차 열리지 않아서 고사위기였다. 이명박 정부 당시 시작한 서남해 해상풍력 2.5기가와트는 아직 60MW 실증단계에서 지지부진하다.

그런데 작년부터 시작한 대만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1년 만에 시장이 열리고 공급 업체까지 정해졌다. 게다가 석탄발전까지 줄어든다고 하니 얼마나 더 많은 해상풍력과 태양광이 추진될지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대만 시장의 긍정적인 신호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업체까지 살리고 있다. 대만은 이미 우리나라보다 재생에너지 전기비중이 높아졌다. 재생에너지 전기에서 폐기물 비중도 우리나라의 56%보다 낮은 27% 정도다. 태양광은 우리나라 발전량의 1/3 수준이지만, 풍력은 우리나라 풍력 발전량과 맞먹는다.

2025년까지 해상풍력 5.5GW, 태양광발전 20GW를 현실화해 2025년 20% 재생에너지 전기 비중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석탄발전을 줄이는 대신 가스발전을 5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재생에너지가 더 늘어난다면 가스발전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대만 발전원별 비중
 대만 발전원별 비중
ⓒ 양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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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민투표에서 배울 점

대만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원전세력을 뒷배로 하는 언론사들이 자극적인 보도로 국민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 야당인 국민당은 탈원전을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 기존 에너지산업으로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이 그 권한과 이익을 내려놓기 어려운 것은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 민진당 정부는 18년 전에 이와 관련한 대가를 이미 톡톡히 치렀다.
 

대만의 국영 대만전력공사(Taipower)는 국민당 정부 시절인 1996년, GE와 18억 달러의 경수로 및 초기 핵연료 공급계약을 체결해 1999년부터 제4원전 건설에 착수했다. 1970년부터 시작된 대만의 반핵운동은 지진다발 지역인 대만에서 핵발전소가 완전히 폐쇄되어야 하고 그 첫 시작으로 신규원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제4원전 건설 중단을 거세게 요구했다.

이는 주요 정치적 이슈가 되었고 당시 야당이었던 민진당은 대만 반핵운동 세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2000년 3월 총통 선거에 나선 민진당은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제4원전 건설 중단을 내세웠고 민진당의 천수이볜 후보는 역사상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룬 총통으로 당선되었다.

천수이볜 총통은 공약대로 2000년 10월에 30퍼센트 건설 공정률을 보이던 제4원전 건설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곧 큰 반발에 부딪히게 됐다. 국민당이 천수이볜 총통의 탄핵안을 들고 나왔고 주가도 44퍼센트나 폭락하는 등 대만 경제가 원전중도 폐지 문제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다.

거기에 더해 2001년 1월 15일, 대만의 헌법재판소에 해당하는 대법관회의는 의회인 입법원의 승인 없이 정부가 원전 건설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법적인 하자가 있다면서 원전 건설 중단을 위해선 입법원의 표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입법원은 1월 31일 표결을 실시했고 제4원전 건설 재개 찬성 134, 반대 70, 기권 6으로 원전 건설을 재개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국 천수이볜 총통은 2월 13일 원전 건설을 재개한다는데 합의했다.

총통은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향후 탈원전의 실현을 도모한다'는 것을 첫 번째 합의 조건으로 달아 체면을 유지하려 했지만 오랫동안 민진당과 함께해온 환경단체들과 시민사회의 실망감과 배신감이 극에 달했음은 물론이다. 1980년대 가장 유명했던 구호는 '반핵은 곧 반독재'였으며 국민당 독재 반대 민주화 운동이 곧 반핵 운동이었다. 시민들은 정권을 교체했지만 교체된 정권은 핵발전소 폐쇄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이후 2008년 선거에서 민진당은 국민당에 패배했고 천수이볜은 비리 혐의로 구속되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제4원전 건설 중단 요구는 더 높아졌고 초미의 정치쟁점이 됐다. 그러자 민진당은 제4원전에 대해서 번복했던 입장을 다시 바꿨다. 시민들과 힘을 합쳐 결국 마잉주 총통으로 하여금 건설 중단이라는 결정을 이끌어 낸 것이다.

- <함께사는 길> 2014년 8월호 '어떻게 공사 중인 핵발전소를 중단할 수 있을까' 양이원영) 
 

 
대만에서 신규원전으로 98% 완공률을 보인 제 4핵발전소 롱먼 원전 1, 2호기 건설 중단을 결정한 때는 다름 아닌 국민당 정부 시절이었다. 이후 국민당은 민진당으로 정권이 바뀌자 원전을 추가로 늘릴 수도 없고, 수명 연장을 할 수도 없는 객관적인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가짜뉴스를 동원해 민진당 정부를 공격했다. 

작년 대만의 정전 사태가 한 곳에 6기나 몰려있던 가스발전소의 밸브를 작업자가 실수로 잠그면서 발생한 일이라는 건 대만 내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탈원전으로 정전 발생했다고 대만 원자력계가 가짜뉴스 만들어 정쟁의 도구로 썼고 우리나라 언론들이 받아쓰기 하고 있다. 

대만 국민당은 '2025년 원전 제로'는 이미 정해진 길이라고 알고 있다. 그들에게 탈원전 공격은 정쟁의 수단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국민투표 안건으로 제안되고 통과된 이유는 현 민진당 정부가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국민투표 안건 상정과 통과 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대만 국회는 2017년 12월 국민투표 기준을 완화해서 총 유권자의 5% 서명에서 1.5% 서명만으로 국민투표 안건 상정이 가능하도록 했고, 통과기준도 총 유권자의 50%에서 25%로 완화했다. 

대만원자력계는 '이핵양녹'(핵으로 녹색을 만들자) 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탈원전 공격을 하고 있다. 이들은 원전 폐쇄를 반대하는 미국 '환경진보'(EP: Environmental Progress)단체와 비슷하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환경운동가로 소개되고 있는 마이클 쉘렌버그가 이 단체의 창립자다. 우리나라에도 환경이나 과학, 에너지정책으로 치장하고 원전확대를 주장하는 민간단체들이 있다. 기존 원자력세력이 있는 나라에서 어디나 겪는 현상이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대만 정부는 국민당의 탈원전 공격을 국민투표로 받아내면서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국민투표로 석탄발전을 줄일 힘을 받았다. 실속을 챙긴 거다.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는 이런 대만 정부의 힘이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2014년 4월 27일 5만명의 시민들이 타이페 주요도로인 충효서로(타이페 기차역 앞)를 점령했다.
 2014년 4월 27일 5만명의 시민들이 타이페 주요도로인 충효서로(타이페 기차역 앞)를 점령했다.
ⓒ 대만언론 <자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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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28일 새벽 경찰들이 물대포를 발사해 수만명시민을 강제로 쫓아냈다.하지만 시민들은 자리를 지켰다.
 2014년 4월 28일 새벽 경찰들이 물대포를 발사해 수만명시민을 강제로 쫓아냈다.하지만 시민들은 자리를 지켰다.
ⓒ 대만 언론 <쿠라오왕(苦勞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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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28일 새벽에 반핵시민들이 경찰과 강하게 대치하면서 당일 아침까지 모두 경찰에게 강제 추방 당했다. 하지만, 이 날 마잉주 정부는 제4원전 공사중단을 선포했다. 당시 핵발전소 반대 시위의 주력은 대만의 30~40대 아빠들이었다.
 2014년 4월 28일 새벽에 반핵시민들이 경찰과 강하게 대치하면서 당일 아침까지 모두 경찰에게 강제 추방 당했다. 하지만, 이 날 마잉주 정부는 제4원전 공사중단을 선포했다. 당시 핵발전소 반대 시위의 주력은 대만의 30~40대 아빠들이었다.
ⓒ 대만 언론 <쿠라오왕(苦勞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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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에너지전환의 현재

그런데, 탈원전 탈석탄 에너지전환을 한다는 대한민국 정부는 어떠한가. 실상은 원전과 석탄발전을 늘리면서 핵폐기물과 원전사고 위험, 미세먼지, 온실가스를 더 늘리고 있다. 재생에너지 내수 시장은 전 정권에서 인허가 낸 정도로 만족하고 신규시장을 못 늘리면서 진흥정책과 제도는 감감하고 원자력계 언론과 정치인들의 비난에 눈치보면서 규제나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에너지를 전환하겠다지만 관련 업체들의 주가는 내려가고 사업 정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태양광 제조업체들 소식이 들린다. 각국에서 자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내려지고 정부가 나서서 재생에너지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시장도 없는 원전 시장 개척하겠다고 대통령이 나서고 재생에너지 산업은 방치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들어가는 현장에서는 통과료를 뜯어내는 세력들이 버티고 있고 지자체는 100% 주민 동의 받아오라고 하고 환경부, 산림청, 해수부, 농림부 곳곳에서 '갑질'하는데 산업부에는 에너지 전환 콘트롤 타워 역할과 권한도 제대로 주어지지 못하고 있다.

애플이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에, BMW가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LG 화학과 삼성SDI에 재생에너지 전기 비중을 늘려서 납품하라고 요구하지만 한국전력전기 외에 재생에너지 전기를 직접 살 방법이 없는 업체들은 납품경쟁에서 뒤지거나 해외에 공장을 건설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누구 눈치를 보는지 재생에너지 전기 직접 구매제도는 정치인들이 막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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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철회하면 국정 모두 뒷받침"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정부 동안 원전이 늘어나는데 탈원전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도대체 무슨 얘기일까.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11월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한 시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한울 원전 3,4호기를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경상북도 울진군에 9번째, 10번째 원전으로 들어설 예정이었던 신한울 3,4호기(3GW)는 2017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취소된 6기 원전 중 2기다. 10조짜리 사업이다. 절반은 설비업체에, 절반은 건설업체에 돌아간다. 원전 핵심부품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 독점 공급업체는 두산중공업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의 형인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지난 3월말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물량이 막히자 경영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원전 건설회사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주 업체다. 이 시점에서 무릎 치는 진실, 왜 그토록 문화일보와 중앙일보가 앞장서서 탈원전을 비판했는지 이해가 된다.

23기 원전 중에 17개를 현대건설이 담당했다. 한국형원전으로 최근 격납고에 폭 2m짜리 구멍 등 수백 개의 구멍이 발생해 부실시공의 책임이 있는 원전 시공사는 전두환 정부 시절 원전건설 수주를 주로 따낸 현대건설이다. 당시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녹색성장을 앞세워 놓고 원전만 확대했던 이명박 정부였다. 가짜 녹색성장에 국내 유수의 중공업들이 풍력제조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크게 봤다.

10조 원 짜리 원전 2기 뒤에는 이들 과거 원전산업세력들이 있다. 만약에 이 10조원을 태양광에 투자하면 어떻게 될까? 7~10GW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 관련 업체는 제조업체들부터 개발, 시공, 관리업체까지 다양한데 무엇보다도 발전사업자가 원전회사 한 곳이 아니다. 1MW 태양광발전시설도 꽤 크다. 개인 사업자들은 100KW보다 작은 규모로 시작한다. 1MW만 고려해도 사업자는 1백만명이다.

원전 정치인들 뒷배는 든든한 몇 개의 원전 관련 대기업들이다. 이들 대기업이나 공급업체들이 기술력이 있다면 그 기술력은 원전산업만이 아닌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전환산업에서도 역시 사업을 만들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의 기존 전력회사들이 스스로 석탄발전과 원전을 폐쇄하고 재생에너지와 효율산업 등으로 변모한 이유가 있다.

불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엑손 모바일이 텍사스 퍼미안 광구의 셰일가스와 오일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전력을 풍력과 태양광으로 조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덴마크의 전력회사인 오스테드가 500MW의 풍력태양광 단지를 조성해 12년간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이다.

경영자들이 현명하다면 세계시장의 향배를 보고 새로운 먹거리 산업, 에너지전환산업으로 투자의 방향을 돌릴 것이다. 괜히 희망고문을 주고 있는 정부와 정치인들 바라보다 혁신과 변화를 늦출수록 고통은 더 커질 것이다.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자'고 외치던 시대가 있었다. 에너지전환시대의 구호는 좀 다르다.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업자들이여, 시민들이여 단결하라. 원전 정치인을 다음 총선에서 심판하자. 그게 이번 대만 국민투표 결과로 시작된 국내 탈원전 논란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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