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고리원전 1호기 인근 주민들의 연간 갑상선 피폭선량이 허용치의 2~3배에 달한 사실을 명시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내부 문건이 38년 만에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액체 방출에 따른 갑상선 최대피폭선량은 연간 0.183mSv로 나타났는데, 이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정한 기준 한도 0.1mSv의 배 수준이다. 어린이나 유아까지 대상에 넣으면 허용 한도의 3배 가까이 올라갈 정도로 충격적인 수치다. 그동안 피폭선량이 한도를 넘은 적이 없었다는 한수원의 주장이 허구였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그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이번 문건은 한수원의 전신인 한국전력이 1980년 작성한 '환경 방사능조사 종합평가' 보고서로, 원전 인근 방사능 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인 이른바 '균도네 소송'에서 법원에 제출된 자료다. 그런데 해당 보고서는 고리1호기 운전 3년째인 1980년 작성된 뒤로 작성되지 않다가 곧바로 1985년으로 건너뛴다. 그 몇 년 사이 갑상선 피폭선량 수치가 기준치 이하로 줄어들지 않자 고의로 누락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1979년과 비교해 1993년에는 기체 폐기물 총배출량이 297배나 급증했는데도 기록된 갑상선 피폭선량 수치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한수원은 1999년 도입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연간 피폭선량 한계 기준치인 '1mSv'를 안전성 주장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ICRP 기준치는 개별 사안이 아니라 생활 속에 노출된 모든 방사능 피폭선량을 합한 수치다. 반면 NRC 기준치는 개별 원인에 따른 피폭선량을 정한 것으로, 더욱 세밀하고 한정된 지표다. 고리1호기 액체 폐기물의 갑상선 피폭선량 같은 개별 사안에 ICRP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안전성 논리를 포장하려는 억지에 다름 아니다.

'균도네 소송'이 촉발한 원전 주변 지역 주민의 갑상선암 공동 소송인 618명 가운데 고리원전 관련 251명 중 74명이 1979년 과다 피폭 당시 거주했던 갑상선암 환자들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의 안전이 걸린 엄중한 사안임을 한수원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소송이 진행 중이라 관련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고집만 내세울 때가 아니다. 소송과 무관하게, 국민들은 어째서 이런 충격적인 사실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적극적인 은폐는 아니더라도 고의적인 회피는 없었는지 한수원의 책임 있는 대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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