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수익성 앞세워 위험 외주화에 내몰린 발전 하청 노동자들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숨지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발전소의 비정규직 비율이 4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비정규직이 연료운전이나 경상정비 등 고위험직군에 몰려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야말로 발전소의 이익 증대를 위해 ‘위험의 외주화’를 극단적으로 하는 경우였다.

발전소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만성적인 임금 체불 등 열악한 노동현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정비 노동자는 하루 평균 4.5시간의 연장근무를 해 1개월간 무려 142시간의 연장근로를 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씨 같은 하청업체 비정규직들이 고된 연장근무와 고위험 업무에 시달렸음에도 연봉은 원청인 발전소 정규직의 1/3도 채 되지 않았다. 발전소 측은 오히려 정비 횟수를 감축하는 등 눈앞의 이익만 좇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발전소 10명 중 4명 하청업체 비정규직...고위험 직군에 대거 몰려”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11월 국회 토론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가 일하다가 사고를 당한 한국서부발전을 포함해 발전 5사(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7710명으로 전체 근로자 1만9715명 가운데 39.1%에 달했다. 10명 가운데 4명꼴로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셈이다. 5사 가운데 故 김용균씨가 소속됐던 한국서부발전은 전체 3946명 중 비정규직이 1562명으로 39.5%에 달했다.

특히 문제는 이러한 비정규직이 연료운전, 경상정비, 소방방재, 경비 등 위험도가 높은 업무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안전의 외주화’가 비정규직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가 지난 4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발전소 안전사고는 346건으로 이 중 337건(97%)에서 비정규직이 다치거나 사망했다. 사망한 노동자 40명 중 37명(92%)은 비정규직이었다.

박준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당시 토론자료에서 “발전5사는 주요 에너지 공기업과 비교해도 간접고용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상황이나 정규직 전환에는 미온적”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하청업체 비정규직이 연료운전, 경상정비, 소방방재 등 위험도가 높은 업무에 집중됐다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안전의 외주화’가 비정규직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 국장은 당시 토론자료에서 “발전5사는 주요 에너지 공기업과 비교해도 간접고용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상황이나 정규직 전환에는 미온적”이라고 꼬집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살인적 근무시간”…한 달간 무려 142시간 연장근무도

발전소 노동자들은 최고 142시간씩 연장근무를 하지만 임금체불에 시달린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11월 국회 토론회에 제출한 한 발전소 하청업체 A사의 정비 노동자(35명) 3월 연장근무표를 분석한 결과 모든 정비 노동자들이 3월 1개월간 50시간 이상의 연장근무(실제 연장시간에 1.5를 곱한 수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노동자는 213시간의 연장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나 실제 연장근무 시간은 무려 142시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개월간 하루도 쉬지 않고 평균 4.58시간의 연장근무를 한 수치이다.

임금체불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연장근로수당 지급 기준 시간을 70시간까지만 인정하고, 70시간을 넘긴 연장근로 시간에 대해선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임금체불을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원청 발전소 정규직 연봉 9000만원... “위험천만 김씨는 1/3도 안돼”

목숨이 위협받는 고위험 직무였음에도 김용균씨의 연봉은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 정규직 직원 평균 연봉의 1/3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13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1년 비정규직 근로자로 계약한) 김씨의 연봉은 야근 수당과 연장 근로 등 각종 수당을 합쳐서 겨우 2700만원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원청업체 한국서부발전 정규직 직원의 평균 연봉은 9000만원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서부발전 정규직 직원의 평균 연봉은 △2015년 8459만원 △2016년 9085만원 △2017년 915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발전소 측, 수익 감소 우려해 발전소 정비 횟수 줄여”

발전 5사가 민영화-외주화된 이후 수익성 감소를 우려해 정비 횟수도 단축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O/H공사’로 불리우는 오버홀(overhaul, 분해수리)은 기계류를 완전히 분해하여 점검-수리-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 OH공사를 소홀히 하면 발전기가 불시정지하거나 환경오염물질의 법적 규제치 초과 배출이 우려된다.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하지만 O/H공사 시 발전소를 정지시켜야 해 수익이 떨어지고, 노후 부품 교체 등에 큰 비용이 든다. 자료에 따르면 발전소 측은 계획된 횟수보다 적게 정비를 실행했다.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의 한 노조간부는 2007년 출간된 책 ‘전력산업의 공공성과 통합적 에너지 관리’에서 “개별발전소에서 예산을 올리면 발전사 본부에서 60%만 승인되어 내려온다. 그리고 연간 20%씩 예산을 줄이라고 한다. 결국 올린 예산에서 40%만 쓰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공사(유지보수)가 무척 많은데 결국 하지 말라는 얘기다. 당장 나가 터지기 전까지 손대지 말고 돌리다가 터지면 그때 고치라는 거다”라고 털어놨다.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의 또다른 간부는 “이런 식으로 하다가 언젠가는 큰 사고 한 번 날 거다. 심지어 단축되는 O/H 문제 때문에 모이면 ‘우리는 말고 다른 데서 한 번 터져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제공

◆하청업체 비정규직 김용균씨, 발전소 컨베이어 점검하다가 사고

한편 서부발전 태안 화력발전소의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씨는 지난 11일 오전 3시20분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트랜스타워 5층 내 컨베이어 점검 작업을 하던 중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로 직장 동료에게 발견됐다.

태안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숨진 김씨는 사고 전날인 지난 10일 오후 6시쯤 출근해 11일 오전 7시 30분까지 트랜스타워 5층 내 컨베이어를 점검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밤 10시 20분쯤 같은 회사 직원과 통화 이후 연락이 안 돼 같은 팀 직원들이 김씨를 찾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세상에 알려졌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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