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 3호기 격납고 벽 속 매설된 쇠줄
“윤활유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나와”
UAE 원자력공사는 “공극 발견” 공식 인정

UAE 쪽 “건설 프로젝트에 차질 없다”지만
공기 지연, 보수 공사로 비용 증가 우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이 건설 중인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3호기 격납건물에 ‘균열’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콘크리트 벽 속에 주입한 윤활유인 ‘그리스’가 벽 바깥쪽에 생긴 공극(빈 공간)으로 흘러나온 것이 발견된 것이다. 부실 시공 문제로 공사 기간 지연과 건설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크리스테르 빅토르손 아랍에미리트 연방원자력규제청(FANR) 청장은 지난달 21일 미국 에너지 분야 전문지 <에너지 인텔리전스>(EI)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3호기 격납건물 벽에서 그리스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빅토르손 청장은 “예상치 못한 곳들에서 그리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며 “작업자들이 한곳에서 공극을 발견해냈다”고 밝혔다. 해당 인터뷰는 지난 7일 ‘바라카 원전은 마법을 잃었나?’란 제목의 기사에 담겼다.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규제청은 한국의 원자력안전위원회처럼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공사 에넥(ENEC) 등을 관리 감독하는 연방정부 기구다.

그리스가 샜다는 것은 애초 알려진 문제인 ‘공극’보다 더 심각한 수준인 ‘균열’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두께 100~120㎝의 격납건물 벽은 원자로 이상 등으로 내부 압력이 증가해도 버틸 수 있도록, 벽 속에 금속 케이블 ‘텐돈’을 여러개 매설한다. 콘크리트 타설을 마치면 철강재 원통 안에 넣은 텐돈을 끌어당겨 벽에 장력(당겨지는 힘)을 넣는 이른바 ‘포스트텐셔닝’ 공법을 쓰는데, 이 과정을 수월하게 하고자 원통 안에 ‘그리스’를 주입한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공사 에넥이 지난 4일 누리집을 통해 한국이 건설 중인 바라카 원전 2·3호기에서 공극이 발견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누리집 갈무리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가 외벽에서 발견된 것은 벽에 균열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8월 같은 문제가 발견된 전남 영광의 한빛 4호기는 지금까지 그리스 누설 부위를 찾고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에너지 인텔리전스>도 “텐돈에서부터 콘크리트 벽까지의 ‘누설 길’(leakage path)이 있을 수 있다”는 업계 전문가의 설명을 전하며, 아랍에미리트 원전 건설의 “기술적 문제가 예상보다 커졌다”고 평가했다.

아랍에미리트 쪽은 원인 조사와 보수 공사 중이라고 밝혔다. 에넥은 지난 4일 누리집을 통해 ‘바라카 원전 2호기와 3호기에서 공극이 발견됐다’고 공식 인정했다. 에넥이 공극의 존재를 대외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10월16일 김종갑 한국전력(한전) 사장이 국정감사에서 ‘아랍에미리트 원전에도 공극이 있다’고 밝힌 지 약 두달 만이다. 에넥은 특히 한전과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코리아팀’과만 작업하지 않고, 에넥과 계약한 ‘독립적인 콘크리트 전문가’도 조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에넥은 공식 입장문에서 “바라카 2·3호기 정비가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초 3호기 준공 목표 시기는 올해 말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1~4호기 전체를 대상으로 공극 존재 여부를 확인하느라 이미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이 적지 않게 투입됐다. 더욱이 에넥과 한전은 계약 당시 ‘공사 지연 시 하루 60만달러의 지체보상금을 부과한다’는 데 합의했다. 탈원전 때문에 아랍에미리트 원전 사업이 흔들린다는 원전 업계 등 일부 주장과 달리, 건설 중 생긴 기술 문제가 공기 지연 및 비용 증가 우려를 키우는 모양새다. 빅토르손 청장은 인터뷰에서 “우리가 운영 허가를 내주기 전에 그들(한국)은 이 문제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