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원전산업동향보고서 총괄저자 마이클 슈나이더 기자회견
재생에너지에 경쟁력 추월 당해…한국서 원전은 혁신 걸림돌


“원전은 발전량, 비중, 신규 가동 원자로 수 등이 모두 장기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력 공급에 있어서 역할은 줄어들고 있고 미래도 불확실하다. 원전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멸종 위기 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원자력 정책 관련 독립적인 국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마이클 슈나이더(Mycle Schneiderㆍ사진)는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의 초청으로 방한해 지난 12월 6일 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9월 발간한 세계원전산업동향 보고서(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WNISR) 발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슈나이더가 세계 각국 전문가들과 25년째 발간하고 있는 WNISR은 원전 산업에 대한 방대한 통계자료를 종합적으로 담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챙겨 보고 미국 에너지부에서 TF를 꾸려 원전 산업 미래 분석 시 기본 근거로 사용하는 등 권위와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슈나이더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세계 원전산업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1% 늘어났으나 중국의 기여(18% 증가)를 제외하면 3년 연속 감소 추세에 있고 원전 비중이 정점에 달했던 2006년과 비교해도 감소했다. 또 지난 5년간 원전 비중은 대략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1996년 17.5%를 정점으로 지난해 10.3%로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1년부터 올해 사이 신규 가동에 들어간 원자로는 총 48기로 같은 기간 폐쇄된 42기보다 6기가 많지만 신규 가동의 60%인 29기가 중국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2016년 12월 이후 새롭게 건설에 들어간 상업용 원자로는 없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초 기준으로 가동이 예정됐던 원전은 16기이나 이중 3기만 가동에 들어간데 이어 올해 추가로 1기가 가동을 시작했다. 4기 중 3기는 중국, 나머지 1기는 파키스탄에 들어선 원전이다. 또 지난해 중반 기준으로 원전 19기가 올해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 가동에 들어간 1기를 포함해 현재 원전은 5기(중국 3기, 러시아 2기)에 불과하다. 19기 중 7기는 내년으로 연기됐다.

세계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는 올 7월 현재 모두 31개국으로 이들 국가가 운영 중인 원전은 총 454기이나 가동 원전은 지난해와 올 상반기까지 운영되지 않았던 원전으로 분류된 장기가동중단원전(LTO) 41기를 제외한 413기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중반 대비 10기가 증가한 것이지만 30년 전인 1988년과 비교 시 2기가 줄어들었고 가장 많았던 438기를 기록한 2002년 보다는 25기가 감소했다.

슈나이더는 올해 전년 대비 가동 원전이 증가한 것과 관련 “장기가동중단 상태였던 6기가 재가동에 들어간 것이 부분적으로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발전량을 살펴보면 지난해 연간 2500TWh로 전년 대비 1% 늘어났지만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6년보다 6%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폭이나마 전년 대비 26TWh 늘어난 것은 38TWh 증가한 중국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신규 건설은 2013년 68기에서 올해 기준 50기로 줄었다. 이 중 33기는 기존 일정보다 대부분 수년째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중국도 건설 중인 16기 중 절반이 더딘 속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전력망에 추가된 재생에너지 설비는 157GW로 전년 143GW 보다 13GW 증가해 역대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세계 신규 발전 설비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에 달한다.

이 중 풍력은 52GW, 태양광은 97GW가 늘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31개 원전 보유국 가운데 브라질, 중국, 독일, 인도, 일본, 멕시코,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등 9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수력을 제외해도 원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은 전년 대비 35%, 풍력은 17%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전 발전량은 1%에 그쳤다.

슈나이더는 “지난해 세계 신규 발전설비 257GW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57GW인 반면 원전은 1GW에 불과하다”며 “설비 증설이 미미한 수준을 보인 원전은 이제 의미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규 및 기존원전 모두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단가가 비싸지고 있어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한국이나 독일, 일본 등에서 기존 원전은 매우 강력한 혁신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매우 우려할만한 수준이며,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전 산업 붕괴로 인해 운영사의 재정 상태가 불안해지면 안전 분야 투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소형원자로의 전망에 대한 물음에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연구해온 분야다. 혁신이 아니”라고 일축한 뒤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십 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새로운 기술을 논하는 자체가 비효율”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슈나이더는 “더 이상 신규 원전 사업은 시장 형성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도 전력공급 측면이나 자율경쟁시장체제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군사적 이슈 등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소연 기자  ksy@kn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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