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거주지 거리 7.6㎞→3.7㎞ 가까워져…발병률도 더 높아
고리 1호기 전경
고리 1호기 전경[한수원 제공]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고리원전 인근에 살던 여성 박모(53)씨가 방사선 피폭으로 갑상선암이 발병했다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다른 암과 달리 갑상선암의 경우 원전으로부터의 거리와 발병률 사이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원전으로부터 박씨 거주지 사이 거리가 1심 판결 때보다 더 가깝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9일 부산고법 민사1부(박종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박씨는 1991년 2월부터 약 1년 4개월간 고리원전에서 3.73㎞ 떨어진 곳에서 거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때부터 박씨가 고리원전과 가장 근접해서 거주했던 거리는 7.689㎞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재판부가 피고인 한수원에 박씨 가족 거주지와 원전과의 거리 자료를 요구하면서 밝혀졌다.

1심은 박씨가 원전 6기가 있는 고리원자력본부로부터 10㎞ 안팎에서 20년 가까이 살면서 방사선에 노출되는 바람에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보고 원전 운영사가 일부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배상 근거 중 하나는 원전에서 반경 5∼30㎞ 이내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원거리 주민의 1.8배라는 역학 조사 결과였다.

2011년 한수원이 한 대학 연구소에 의뢰한 '원전 주변 주민 역학 조사' 결과를 보면 원전 주변 5㎞ 이내를 원전 주변 지역, 5∼30㎞를 근거리 대조지역, 30㎞ 이상을 원거리 대조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원전에서 거리가 가까울수록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전 주변 5㎞ 이내인 지역의 여자 주민 갑상선암 발병률은 원거리 대조지역(30㎞ 이상) 여자 주민의 2.5배에 이르러, 근거리 대조지역(5∼30㎞) 주민 갑상선암 발병률이 원거리 대조지역 주민의 1.8배라는 기존 근거보다 높다.

피폭선량확인
피폭선량확인[연합뉴스TV 제공]

역학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원전으로부터 3.73㎞ 떨어진 곳에 살았던 박씨 갑상선암 발병률은 7.689㎞ 떨어진 곳에서 거주한 것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돼 원전 운영사의 배상책임이 1심보다 커질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까지 원고 측에 박씨가 원전에 가장 근접해서 살았던 1991년 당시 인근 지역주민 중 얼마나 갑상선암이 발병했는지를, 피고 측에 역학 조사 때 갑상선암 발병률과 관련 있는 원전으로부터 거리를 5㎞, 5∼30㎞, 30㎞ 이상으로 나눈 이유 등을 확인해 달라고 각각 요구했다.

다음 공판은 3월 20일 오후 3시에 열린다.

wink@yna.co.kr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