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저장 시설 건설 지연
2년내 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조기 탈원전 불안감 커져
2021년 이후 전력 수급 문제

에너지교수협, 감사 청구
월성 1호 조기 폐쇄도 문제

  • 원호섭,송경은 기자
  • 입력 : 2019.06.03 18:03:16  수정 : 2019.06.03 22:51:43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핵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할 시설이 부족한데도 정부가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원전 운영을 조기에 멈춰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되면 어쩔 수 없이 원전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기 탈원전 우려가 커지면서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가 정부의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와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건설 지연에 대해 감사원 공익 감사 청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교협은 3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현재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하는 맥스터 임시(건식)저장시설 용량이 2021년 11월 포화 상태가 된다"며 "맥스터 시설 건설 확장이 지연될 경우 200만㎾(킬로와트) 이상의 발전원이 상실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맥스터는 차세대 건식저장시설의 한 종류로 기존에 사용해온 저장시설 `캐니스터`보다 사용 후 핵연료를 촘촘하게 저장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 후 핵연료는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원자로 건물 내부 습식저장시설에서 3∼5년간 발열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보관한 뒤 발전소 용지 내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임시로 저장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 약 1만6000t은 전부 습식저장시설과 건식저장시설에 저장돼 있다.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하는 사용 후 핵연료를 옮겨 매립 등 최종 처분할 때까지 40~50년간 보관할 중간저장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월성, 한빛, 고리, 한울 등 원자력발전소 습식·건식저장시설이 곧 포화에 이르는 만큼 최소한 건식저장시설이라도 서둘러 확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문이다. 당초 정부는 "월성 원전 용지에 건설된 캐니스터 300기에 이어 맥스터 14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며 발전소 내 용지를 확보했지만 경제성 등을 들어 절반인 7기만 건설해 운영해 왔다. 중간저장시설은 용지 확보도 못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에교협은 "10여 년 후에나 사용할 시설을 너무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었다"며 "포화 시점과 건설 기간(약 24개월)을 고려할 때 나머지 절반(맥스터 임시건식저장시설)에 대한 건설은 올해 안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지 않으면 2년 반 뒤 총발전용량 200만㎾가 넘는 중수형 원전을 모두 정지시킬 수밖에 없게 돼 2021년 이후 전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0만㎾는 약 500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사용 후 핵연료 저장·보관에 대해 정부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원하든 원치 않든 저절로 100% 탈원전 국가가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에교협은 또 정부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월성 1호기 경제성을 평가할 때 원전 이용률을 60% 선으로 낮게 상정해 계산함으로써 경제성이 없다는 잘못된 결론을 도출했다는 지적이다.

에교협은 월성 원전 용지 맥스터 시설 확장 사업 즉각 추진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조치 철회, 재가동 추진을 요구했다. 에교협은 "정부가 가까운 시일 내에 가시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맥스터 건설 지연 사유와 월성 1호기 경제성 분석을 포함한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박혔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전문가들의 말을 듣지 않고 귀를 닫았다. 원자력계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고 만나자는 제안도 다 거절했다"며 "사실만을 테이블 위에 놓고 과학적으로, 객관적으로 근거를 토대로 논의하는 장이 열렸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013년 이명박정부는 20개월간 공론화위원회를 거친 뒤 사용 후 핵연료 처분시설 건설 필요성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7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까지 마련했지만 현 정부 들어 신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전면 수정에 들어갔다. 새 원전을 만들 때 함께 건설되는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확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지난달 29일에야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재검토위원회에서 배제된 것에 강력 반발하면서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원전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이 3년가량 타고 난 후 연료로서 기능을 잃고 나면 5.2%의 핵분열 생성물과 1.2%의 플루토늄, 0.2%의 초우라늄 원소, 93.4%의 찌꺼기가 발생한다. 이를 통틀어 사용 후 핵연료라고 한다. 고준위 방사성 물질인 만큼 사람이 노출되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원호섭 기자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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