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공단 뉴스레터 원전 불가피론 칼럼 실려
에경연 부연구위원 칼럼 작성…"개인 의견일뿐"
EU, 친환경에너지 원전 포함…탈원전 정책 타격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l 2019-12-30 14:49


▲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기후변화홍보포털에서 매월 발간하는 기후변화 뉴스레터 12월호에 실린 이대연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칼럼.

환경부 산하 기관이 발간하는 소식지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자력 발전이 불가피하다는 칼럼이 게재돼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 글의 작성자는 원전 정책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 소속이어서 한 목소리를 내야 할 정부의 정책기조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공단이 운영하는 기후변화홍보포털의 12월 뉴스레터에 이대연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팀 부연구위원이 쓴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서의 원자력' 칼럼이 게재됐다.

이 칼럼의 주요 골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원전 활용이 불가피하고, 세계적 추세도 그렇다는 내용이다. 칼럼 서두에서는 원전의 장점과 단점을 고루 짚고 있지만 전체 분량에서 단점에 관한 내용은 약 1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 위원은 컬럼에서 "원전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성"이라며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필요한 부지 면적도 작아 가스발전보다 친환경적이고, 태양광·풍력보다 산림 훼손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세계 각국이 원전을 유지 및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 위원의 설명이다.

칼럼 내용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는 셰일가스 개발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2015년 11월 원전을 재생에너지와 함께 무탄소 전원으로 규정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신설했다. 이밖에 일리노이, 코네티컷, 뉴저지, 오하이오주도 비슷한 정책을 시행 중이며 펜실베이나주는 관련 정책을 논의 중이다.

영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화하는 목표를 발표하고, 2030년까지 16GW 규모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등 원전을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원전 건설기업들이 투자비 회수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이자 건설비용을 소비자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 제도인 RAB(Regulated Asset Base)를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원전을 친환경에너지원으로 인정할지, 아니면 퇴출할지 의견이 분분했던 유럽의회는 지난 11월 말 결국 원전을 지지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의회는 원전이 높은 발전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온실가스 무배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명확한 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량을 2030년까지 BAU(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전환 부분 감축목표 5780만톤 중 2370만톤만 현 정부 정책에 반영돼 있고 나머지 3410만톤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원전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욱 부각돼 단계적인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유용할 수 있는 원자력은 그 매력을 발산할 기회를 잃어감에 슬퍼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반문으로 글을 맺었다.

이번 칼럼은 여러 면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칼럼 작성자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소속이라는 점이다. 산업부는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부처로,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칼럼이 실린 곳은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이고, 칼럼이 실린 뉴스레터를 제작하는 곳도 공공기관인 환경산업기술원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정권 차원에서 아무리 탈원전 의지가 강해도 이를 실행해야 하는 공공기관에선 현실적 제약을 느낄 수 있다"며 "이번 칼럼이 작성되고 게재된 것도 그러한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칼럼이 실린 시점도 주목된다. 칼럼 내용처럼 최근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전의 불가피함을 인정했다. 칼럼은 이를 계기로 탈원전 정책이 수정돼야 함을 간접적으로 주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칼럼 작성자인 이대연 부연구위원은 "단순히 한 학자로서의 자율적 의지에서 칼럼을 쓴 것일 뿐 기관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칼럼이 실린 뉴스레터를 제작한 환경산업기술원 측은 정부 기조와 상반된 내용의 칼럼이 실린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실무부처에서 칼럼을 꼼꼼하게 체크하지 못한 면이 있다"며 "앞으로 모니터링을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은 탈원전 정책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채택할 만큼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며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으며,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며 강력한 탈원전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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