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APR1400 적용한 ‘제3세대’ 원전
기술력·안전성 바탕으로 해외수출 기반 마련

[에너지신문] 신고리 3호기는 지난 2016년 12월 제3세대 가압경수로형 원자력발전소로는 세계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신고리 4호기의 경우 국내 원전 최초로 단 한 번의 고장정지 없이 시운전 시험을 완벽하게 마쳤으며 지난해 8월 29일부터 상업운전에 착수했다.

신고리 3,4호기는 연간 208억kWh의 전력을 생산함에 따라 국내 발전량(5699억kWh)의 3.7%에 해당하는 전력량을 추가로 확보, 부산·울산·경남지역 전력 소비량의 약 23%를 감당하는 등 국가 전력기반 강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총 사업비는 약 7조 5000억원이 투입됐으며 300여개의 중소협력업체, 연인원 420만명이 건설에 참여했다. 또 주변 지역을 위한 특별지원 사업비로 약 1100억원이 지원되는 등 동반성장,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 6일에는 울주군 새울원자력본부에서 UAE 수출원전의 참조발전소이자 국내 첫 신형원전 APR1400 발전소인 신고리 3,4호기의 준공 기념행사가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 새울원자력본부 신고리 3,4호기 전경(왼쪽이 3호기)
▲ 새울원자력본부 신고리 3,4호기 전경(왼쪽이 3호기)

▶선진국보다 빠른 상용화로 주목받다

신고리 3,4호기는 국내 전체 전력생산량의 약 3.7%를 추가 생산, 전력수급 안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특히 신고리 3호기는 신형경수로(APR1400) 최초 준공으로 세계수준의 원전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APR1400과 동급인 미국의 AP1000, 프랑스의 EPR 등 ‘3세대 원전’보다 앞서 준공된 것. 특히 이들 원전이 시공불량, 설계문제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상대적으로 APR1400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탈원전 정책기조 하에 준공된 신고리 3,4호기지만 기술력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됨에 따라 정부와 한수원은 체코를 필두로 APR1400 해외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고리 3,4호기는 신고리 1,2호기 및 신월성 1,2호기에 적용된 100만kWe급 ‘OPR1000’의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2002년 표준설계 인가를 받은 140만kWe급 신형원전이다.

기존 대비 발전용량이 약 40% 증가한 것은 물론 설계수명 역시 기존 40년에서 60년으로 첫 상향시켰다. 특히 규모 6.5였던 내진성능을 규모 7.0으로 상향시키는 등 안전성, 경제성, 편의성이 대폭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다. 또 디지털제어설비(MMIS) 전면 적용, 해일대비 방수문 설치, 중대사고 발생 시 원자로건물 보호를 위한 무전원 수소제거설비 설치와 함께 이동형 발전기도 구비하는 등 만에 하나 발생할 중대사고에 대한 대책을 확보했다.

▶신고리 3,4호기 개발 과정은?

APR1400은 한국표준형 원전의 뒤를 잇는 신형경수로이며 1992년 6월 정부의 G-7과제로 개발토록 확정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기존 원전 대비 안전성과 경제성이 향상된 신형경수로 개발을 목표로 대내외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전력수급 계획에 따른 전력수요 충족을 위해 대용량(1400MWe) 원전의 표준설계 개발을 추진했던 것.

한빛 3,4호기 이후 국내 개선형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을 참조한 신고리 3,4호기는 1980년대 중반 미국의 WEC(舊 ABB-CE)가 개발한 1400MWe급 개량형 원전인 System80+ 설계와 미국 EPRI가 개발한 사업자 요건(EPRI URD)을 참고로 피동안전계통 등 국내외 신기술을 반영했다.

1992년부터 2001년까지 10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2002년 5월 규제기관으로부터 표준설계 인가(DC)를 획득했는데, 이 기간에는 단계별(총 3단계)로 개발이 진행됐다.

1단계(1992~1994)는 개념 노형 선정 및 개념설계 개발에 주력했으며 2단계(1995~1999)는 기본설계 개발, 표준안전성 분석보고서 및 원자로계통 주요기기 사양 작성이 이뤄졌다. 마지막 3단계(1999~2001)에서는 설계 최적화 및 표준설계 개발을 완료했다.

신고리 3호기는 국내기술로 개발한 3세대 신형원자로형 가운데 가장 먼저 상업운전에 돌입함으로써 국내 원전기술의 우수성과 원전건설 능력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신고리 3,4호기의 성공적인 준공으로 UAE 원전건설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으며, 세계 6대 원전 수출국으로서 추가 해외 원전 수출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강화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출 노형인 EU-APR은 2017년 유럽 사업자요건(EUR) 인증심사를 최종 통과, EUR 요건을 요구하는 유럽 및 남아공 등에 대한 진출기반을 확보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미국 NRC-DC 인증 심사를 통해 설계인증 취득을 완료, 안전성 및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증 받았다.

▶해외수출 높은 기대감, 그러나...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에 따르면 2018년 8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신규원전 건설을 계획 중인 국가는 22개국 약 152호기로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자체 건설 및 공급이 가능한 국가를 제외하면 2030년 까지 약 60기(330조원 수준)의 신규원전 시장이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속적인 국내외 원전건설 및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 건설, 운영 등 전주기에 걸친 강력한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정부, 유관기관 등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UAE 수주 이후 사우디, 체코 등 추가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이다.

정부와 한수원을 비롯한 원전업계는 지난해 12월 폴란드를 방문해 신규원전 수주 활동을 펼친 바 있다. 현재 폴란드 정부는 노후발전소 대체 및 안정적인 전력공급, 국가 에너지안보 확보를 위해 신규원전 6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신고리 3,4호기의 성공적 준공으로 입증된 기술력과 안전성을 과시하며 해외 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국내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사실상 취소된 상황에서 현재 건설 중인 4기(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더 이상 신규원전 건설은 어려울 전망이다. 해외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로써는 기술적인 신뢰가 아닌 정책적 신뢰에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한 국내에서 이미 원전공급망이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지적과 함께 핵심 인력들의 유출, 원자력전공자 감소 등의 악재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권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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