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약 400억원 규모의 원자력발전 해체 물량이 발주된다. 그러나 아직 원전해체 필요성 논란은 물론, 관련 기술 확보 및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 등 과제가 산적해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017년 가동을 멈춘 고리1호기 전경.

 

상반기 설계용역부터 선보일 예정

한수원, 해체산업 신호탄 기대 속

찬반대립·기술확보 논란 진행 중

 

사용후핵연료 처리 논의도 제자리

사업추진 과정서 진통 지속될 듯

 

8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17년 가동을 멈춘 고리 1호기와 최근 영구 정지가 결정된 월성 1호기와 관련된 해체 사업이 올해 약 10건 발주될 예정이다.

올 상반기에 설계용역부터 차례로 발주될 예정이며 발주 금액은 고리 1호기 142억원, 월성 1호기 208억원 등 총 449억원으로 예상된다.

한수원 측은 “이 금액은 예상금액으로, 실제 낙찰시에는 낙찰률 등에 따라 금액 유동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 한수원은 이들 원전에 대해 안전관리 정비공사 등 12건에 대해 입찰을 진행했다. 상반기에 고리 1호기 안전관리기간 정비공사 등에 74억원 사업물량 발주를 완료했으며 하반기에 고리1호기 수계소화 배수설비 설계변경 등 약 120억원 사업물량을 발주한 바 있다.그러나 본격적으로 해체와 관련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이번 발주를 계기로 해체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것은 물론 해체산업 활성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등 관련 기관들은 원전해체 단위사업을 세분화해 2022년까지 1640억원 조기발주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사업발주 이후 기업들이 직접 참여하기까진 단계별 절차가 남아있는 데다, 워낙 중장기 프로젝트라 사업이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리1호기의 경우 2022년 6월까지 안전관리와 해체준비를 진행한 뒤 2032년 1월 제염철거를 완료한 후 2032년 12월 부지복원이 마무리돼야 해체가 끝난다.

해체 필요성ㆍ해체기술 확보ㆍ사용후 핵연료 문제 등 둘러싼 논란은 여전

여기에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해체 사업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원자력발전소 1기를 해체하려면 81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면서 원전 해체 필요성에 대한 찬반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산업부에서 개정 고시한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및 사용후핵연료관리부담금 등의 산정 기준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 해체비용 충당금은 지난 2018년 말 기준 원전 1기당 8129억 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최초로 1978년 상업운전에 들어간 고리 1호기(2017년 6월18일 영구정지)를 시작으로 국내 원전 설계수명이 차례대로 만료되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부담해야 할 해체 비용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속도가 붙으면서 고리 1호기 및 월성 1호기에 이어 수명 종료가 다가오는 다른 원전들도 잇따라 문 닫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탈원전 흐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사회·경제적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내에서 원전 해체 경험이 없었던 터라 기술력을 아직까지 확보하지 못한 것도 과제다.

한수원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미국 등 해외 사례 분석을 통해 설계‧인허가, 해체, 제염, 폐기물 관리, 부지 복원 관련 5개 분야에 대해서 원전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를 선정했다. 이 중 45개 기술은 확보한 상태이며, 2021년까지 나머지 13개 기술을 개발중에 있다. 현재 원전해체연구소가 아직 착공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수원의 로드맵대로 기술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 논의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월성 2ㆍ3ㆍ4호기가 위치해 있는 월성 본부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도는 97%에 육박한다. 2021년 11월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이 포화될 예정이다. 사정은 다른 원전들도 마찬가지다. 부산 기장에 있는 고리 1~4호기의 저장률은 91.82%, 전남 영광의 한울원전 1~6호기도 80.17%에 달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기존 공론화위가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며 로드맵을 무시하고 다시 공론화위를 구성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주민들, 환경단체와 원자력업계간 대립이 심해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사용후 핵연료 대책이 기한 내에 마련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원전을 멈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자력계 한 전문가는 “사용후 핵연료가 갈 곳이 없으면 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을 위한 원전 해체도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부미기자 bo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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