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자력 연구개발(R&D) 방향을 발전 중심에서 안전·해체 중심으로 바꾼다. 시행 1년밖에 되지 않은 중·장기(5개년) 계획도 전면 수정한다. 

차세대 원자로를 비롯한 원자력 발전 기술 연구의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추기 위해 중장기 R&D 전략까지 흔들리고 있다. 탈원전에도 상당 기간을 원전에 의존해야 하고, 수출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우려가 앞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문재인 정부의 원자력 R&D 추진 방향을 담은 '미래 원자력 기술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R&D에서 뒷받침하고, 원자력 기술의 경제·사회 활용 극대화가 목표다. 

원전 안전·해체 연구 강화, 방사선 기술 등의 활용 확대, 수출 지원 강화, 미래 에너지원 확보 노력, 핵심 기술의 사업화 추진이라는 5대 핵심 전략과 13개 실천 과제를 마련했다. 새 전략은 내년 원자력 R&D 사업부터 곧바로 반영된다. 

미래 원자력기술 발전 전략 5대 핵심전략 13개 실천과제(자료 : 과기정통부)
<미래 원자력기술 발전 전략 5대 핵심전략 13개 실천과제(자료 : 과기정통부)>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 차원의 원자력 R&D 5개년 계획도 수정·보완할 계획이다. 원자력 R&D 5개년 계획은 중·장기 R&D 계획을 담은 범 정부 전략이다. 5차 계획(2017~2021)은 시행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전면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5개년 계획은 '미래 대비 고유 원자로 핵심 기술 확보' 등 발전 분야 R&D 과제를 상당수 포함했다. 개편 계획은 발전 분야 과제를 축소하고 원전 해체 기술 확보, 가동 원전 안전 강화, 원자력·방사선 융합·응용 분야 과제 강화 등이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원전 해체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낸다. 해체 기술 확보에 기존보다 16억원 늘어난 138억원을 투입한다. 핵심 기반 기술 38개, 상용화 기술 58개의 2021년까지 개발이 목표다. 원전 안전과 해체 기술 확보에는 내년에 총 687억원을 투자한다.

과기정통부는 새 발전 전략이 제시하는 목표를 위해 내년 2036억원, 2021년까지 91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기존 5개년 계획보다 대폭 축소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기존의 5개년 계획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내년 3822억원, 2021년까지 1조342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과기정통부는 투자 축소가 기존 계획 사업의 인·허가 지연과 재검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약 1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있던 소듐냉각고속로(SFR) 개발과 핵연료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 검증 사업이 보류 상태다. 이들 사업 비용을 현실화하고 새 발전 전략을 반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존 계획 추정치는 중기 재정 계획 요구안으로, 대형 사업 정상 추진시 예산 확보를 가정한 것”이라면서 “일부 예산 확보가 지연된 상황을 반영했고, 안전·해체 관련 예산은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분야 R&D 정책은 수출 지원과 핵융합 등 미래 에너지 확보 노력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구로, 중소형 원자로의 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하드웨어(HW)와 서비스를 결합한 해외 진출을 모색한다. 국산 원전 연료, 원전해석용 소프트웨어(SW) 등 요소 기술 수출도 지원한다.

핵융합 에너지 R&D 지원은 강화한다. 핵융합로 운영에 필수인 고성능 플라즈마의 안정 운영 기술을 확보하고, 전력 생산 실증로를 위한 핵심 기술 확보를 지원한다. 연간 100억원 규모의 '핵융합에너지 원천 기술 개발 사업' 신설을 추진한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1차관은 “안전 기술 개발과 축적된 원자력 기술 활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 원자력 기술이 더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종합 기술 역량이 강화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