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원전정책을 둘러싼 찬반논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원전사업 백지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원전 찬성론자들을 중심으로 탈원전 중단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계획 발표 이후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예정대로 추진하되 단계적으로 탈원전정책을 이행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정책 자체의 실효성을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탈원전 1년, 논란은 지속

한수원은 지난달 15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원전 4기 건설 영구중단을 의결했다.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은 30년으로 2012년에 끝났으나 2015년 2월 계속운전 결정이 나면서 운영허가 만료일이 2022년 11월29일로 연장됐다. 그러나 한수원은 폐쇄시기를 2020년 6월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국내 원전이 영구정지되는 건 지난해 6월 고리 원전 1호기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설계 또는 부지매입 단계에서 중단된 신규원전 4기 건설계획도 백지화됐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한수원의 발표 직후 반대목소리가 이어졌다. 한수원 노조는 “대규모 국민 혈세 낭비를 결정한 부도덕한 이사진들에게 한전 주식을 소유한 주민, 원전 종사자, 일반국민 등 대규모 소송인단을 구성해 배임 등 손배소 청구, 고소, 고발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탈원전정책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25명이 속한 국회 원전수출포럼도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원전 4기 백지화 결정을 철회하라”고 성토한 데 이어 “졸속·급진적으로 추진되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즉각 중단하라”며 탈원전 정책 자체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며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사고발생시 방사능 누출 등 위험이 높은 원전에서 태양광·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발전계획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전 찬성론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 전기요금 상승을 비롯해 원전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이 크다는 것.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제로 정책’까지 선언했던 일본의 경우 5년 새 가정용 전기요금은 19%, 산업용 전기요금은 29%나 상승했다. 결국 일본은 현재 2% 수준인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22%로 다시 끌어올리기로 했다.

◆문제는 전기료 인상

국내에서 탈원전정책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자 시민대표가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예정대로 추진하되 탈원전정책은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중재안을 내고 갈등을 일단락했다. 그러나 이번 월성 1호기 중단으로 탈원전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쟁점은 탈원전을 통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이미 건설된 원전을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 시설로 전환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정부와 여당은 탈원전정책을 시행해도 2022년까지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력수요가 감소하는 데다 전력설비에 여유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부의 장담에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LNG나 수력, 화력보다 발전단가가 싼 원전을 포기하면 한국전력공사가 더 비싼 가격에 전력을 구매할 수밖에 없어 결국은 전기요금이 상승하기 때문.

실제로 한전은 민간발전 설비용량 증가와 원전 안정강화를 위한 계획예방전기 등으로 전력구입비가 늘어나며 지난해 4분기 129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1276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는 결국 일반 가구의 전기요금 상승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친환경 전력정책의 비용과 편익’ 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 전력정책을 추진할 경우 기존정책을 유지하는 경우보다 2020년 8000억원, 2025년 3조5000억원, 2030년 6조6000억원의 발전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또한 각 가구가 부담해야 하는 월평균 전기요금 인상분은 2020년 660원, 2025년 2964원, 2030년 5572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6년과 비교했을 때 2030년의 발전비용은 14.5%, 가구당 전기요금은 11.9% 인상된 것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전력 과소비를 줄이기 위해 심야 경부하 시간대에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신성장연구실 연구위원은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천연가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친환경적이고 합리적 에너지소비를 위한 가격제도 개편 등을 통해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7호(2018년 7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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