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시즌 막바지였던 10월29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 와 있어야 할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보이질 않았다. 아침에 사직서를 냈고, 곧바로 수리됐다고 했다. 초유의 사태였다. 국감은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 정책을 들여다보고 질문을 던지는 제도다. 그 물음에 답해야 할 차관급 인사가 국감 당일 사라져 버린 셈이다. 

위원장의 무책임한 사퇴 이후 원안위는 사실상 '기능 마비' 상태로 전락했다. 원안위원은 위원장과 사무총장인 상임위원 2명과 비상임위원 7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앞서 비상임위원 4명도 강 전 위원장과 같은 결격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총 9명의 위원 중 절반도 되지 않는 4명만 남게 됐다.

한 달이 지났지만 위원장 자리는 여전히 비어있다. 비상임위원 2명을 새로 위촉한 게 다다. 이 마저도 최근 김혜정 위원이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전체 위원은 다시 5명으로 줄었다.  

원안위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구성됐다. 회의를 열어 원전 운영 허가부터 생활방사선 제품 관리까지 원자력안전과 관련된 모든 것을 결정한다. 현재 '라돈 사태'부터 신고리 4호기 가동 허가 문제까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물론 5명의 위원 만으로도 회의를 열 수는 있다. 하지만 위원장도 없는 상황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원전 안전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원안위에 원전 전문가가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문재인정부는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했다. 에너지전환 정책도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찾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최근 KT아현지사 화재, 열수송관 파열, KTX 탈선 등 안전 사고가 잇따르며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원자력안전을 책임질 수장의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원안위에 정말로 '안전'을 맡겨도 될지 국민들은 불안하다.
권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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